요즘 이런 이야기를 자주 봅니다. “빅테크들끼리 서로 투자하고 서로 물건 사주면서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 이게 어마어마한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일리 있게 들립니다. 실제로 마이클 버리 같은 유명 투자자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 주장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매출은 언제 매출로 잡히는지, EPS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잉여현금흐름은 뭐가 다른지입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그다음에 “그래서 이 주장이 진짜인가”를 따져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판단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과장”**입니다.
먼저 밝혀둡니다. 저는 알파벳과 마이크론을 보유 중이라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1.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순환출자가 아니라 순환거래
많은 분들이 ‘순환출자’라고 부르시는데, 정확히는 다른 개념입니다.
| 용어 | 뜻 |
|---|---|
| 순환출자 | A가 B의 주식을, B가 C의 주식을, C가 다시 A의 주식을 갖는 지배구조. 한국 재벌 기업 지배구조 얘기할 때 쓰는 말입니다 |
| 순환거래 (circular deal) | A가 B에 투자하고, B가 그 돈으로 A의 제품을 사는 거래 구조 |
| 라운드트리핑 (round-trip) | 실체가 없는 가짜 거래를 주고받아 매출만 키우는 것. 이건 명백한 회계부정입니다 |
지금 논쟁이 되는 건 가운데의 순환거래입니다. 그리고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순환거래는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니지만 라운드트리핑은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섞어서 “빅테크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 사실과 멀어집니다.
2. 어떤 거래들이 문제가 되고 있나

실제 사례들을 규모와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 거래 | 규모 |
|---|---|
| 엔비디아 → 오픈AI 투자 약정 (2025년 9월) | 1,000억 달러 |
| 엔비디아 → 오픈AI의 소프트뱅크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임대 지급보증 (논의 중) | 최대 2,500억 달러 |
| 엔비디아 → 오픈AI 칩 구매 금융 지원 (논의 중) | 3,500억 달러 |
| 엔비디아 ↔ SK그룹 AI 이니셔티브 | 5,000억 달러 이상 |
| 엔비디아 →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SSI) | 50억 달러 |
| 엔비디아 → 네이버 지분 투자 (4.5%) | 10억 달러 |
| 구글 → 앤트로픽 투자 (2026년 4월) | 최대 400억 달러 |
| 앤트로픽 → 구글 클라우드 TPU 계약 (2025년 10월) | 수백억 달러 (TPU 최대 100만 개) |
| 아마존 → 앤트로픽 투자 및 컴퓨트 협약 | 80억 달러 → 10년간 1,000억 달러 |
| 마이크로소프트 → 앤트로픽 투자 + 애저 구매 약정 | 최대 50억 달러 + 30억 달러 |
| 마이크로소프트 → 오픈AI 투자 (2019~2023) | 130억 달러 이상 |
| 오라클 ↔ 오픈AI 클라우드 계약 | 3,000억 달러 |
| 앤트로픽 ↔ 스페이스X 콜로서스1 임대 (2026년 5월) | 비공개 (GPU 22만 개, 300MW 이상) |
마이크로소프트 사례가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오픈AI는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에 클라우드 사용료로 지불했습니다. 나간 돈이 매출로 돌아온 겁니다.
그리고 제가 주주인 구글도 이 구조 안에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오래 들여다본 부분입니다.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 2025년 10월, 앤트로픽이 구글 클라우드와 수백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고 TPU 최대 100만 개에 접근할 권한을 확보합니다.
- 2026년 4월, 구글이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합니다. 현금 100억 달러를 즉시 집행하고, 성과 목표 달성 시 300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넣는 구조입니다. 기업가치 3,500억 달러 기준이었고, 구글 클라우드는 5년간 5기가와트 규모 컴퓨팅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즉 구글이 앤트로픽에 돈을 넣고, 앤트로픽은 그 돈으로 구글 클라우드를 씁니다. 순환거래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여기서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지난 알파벳 2분기 실적 글에서 두 가지를 짚었었는데요. 하나는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82% 급증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EPS 9.11달러 중 상당 부분이 앤트로픽·스페이스X 지분 평가이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둘이 사실 한 뿌리입니다. 구글이 투자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구글의 순이익(EPS)이 오르고, 그 회사가 구글 클라우드를 쓰면 구글의 매출이 오릅니다. 한 번의 투자가 두 숫자를 동시에 밀어 올리는 구조죠.
참고로 스페이스X도 같은 그림 안에 있습니다. 2026년 5월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의 콜로서스1 데이터센터 전체 연산 용량(엔비디아 GPU 22만 개 이상, 300MW 이상)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글이 지분을 들고 있는 두 회사가 서로 거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ARR)은 2026년 4월 기준 300억 달러를 넘겼고, 기업 고객은 30만 곳 이상입니다. 즉 투자받은 돈만으로 굴러가는 회사는 아닙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세 곳 모두에게서 투자받고 세 곳의 클라우드를 병행해 쓰는 멀티클라우드 구조라는 점도 한쪽에 종속된 거래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안을 “구글이 매출을 조작한다”가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 성장률 중 얼마가 구글 자기 돈에서 나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로 정리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 이건 불편한 진실이지만,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다르니까요.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7,500억 달러 규모 신규 딜 소식이 전해진 7월 27일, 엔비디아 주가는 4.99% 떨어져 196.51달러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습니다. 부도 위험을 헤지하는 비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82%포인트까지 사상 최대 폭으로 뛰었고요. 마이클 버리는 짧게 반응했습니다. “빙글빙글 돌고 도는군.”
3. 매출은 언제 매출이 되나 — 매출 인식의 기준
여기서 회계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이 개념을 알아야 위 주장을 판단할 수 있거든요.
매출 인식의 원칙은 ‘돈의 출처’가 아니라 ‘통제의 이전’입니다.
회계 기준상 매출은 다섯 단계를 거쳐 인식됩니다. 계약을 식별하고, 수행 의무를 식별하고, 거래 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을 의무에 배분하고, 의무를 이행할 때 인식합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제품에 대한 통제가 고객에게 넘어가는 시점에 매출로 잡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그 고객이 어디서 돈을 구했는지는 매출 인식과 무관합니다. 은행 대출로 샀든, 엔비디아가 투자한 돈으로 샀든, GPU가 실제로 인도되고 대금이 회수 가능하다면 그건 매출이 맞습니다.
그래서 “순환거래니까 매출이 가짜다”라는 말은 회계적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칩은 실제로 만들어졌고, 실제로 배송됐고, 실제로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대금 회수가 불확실하면 매출로 잡을 수 없습니다. 즉 지금 인식된 매출이 진짜냐 가짜냐는, 고객이 결국 돈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게 이 논쟁의 진짜 쟁점입니다.
물건은 넘겼는데 돈을 못 받았다면 — 매출채권이란?
여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보통 큰 거래는 계약금·중도금·잔금 순으로 나눠 받는데, 칩을 먼저 넘기고 대금을 나중에 받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럼 아직 돈을 다 못 받았는데도 매출로 잡히는 걸까요?
네, 잡힙니다. 그리고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약금·중도금·잔금 방식은 주로 건설이나 부동산처럼 완성까지 오래 걸리는 거래에서 씁니다. 반도체 같은 제품 거래는 보통 물건을 먼저 보내고 30일, 45일, 60일 뒤에 대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즉 매출은 이미 잡혔고, 현금은 아직 안 들어온 상태가 존재합니다. 이걸 매출채권이라고 부릅니다. 대금이 실제로 입금되는 날에는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바뀔 뿐, 손익계산서에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적 발표에서 “매출 사상 최대”라는 헤드라인이 나와도, 그 돈이 실제로 계좌에 들어왔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이 간격을 재는 지표가 **DSO(매출채권 회수 기간)**입니다. “판매하고 나서 현금 받기까지 평균 며칠 걸리나”를 뜻하죠.

엔비디아 숫자를 보면요. 2026년 1월 기준 매출채권이 384억 달러입니다. 직전 분기(FY26 3분기)엔 3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8% 늘었고요. DSO는 50~53일 수준입니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의견이 갈립니다.
- 우려하는 쪽: 매출채권 절대금액이 1년 만에 45% 늘었다.
- 반박하는 쪽: 뱅크오브아메리카는 DSO가 직전 분기 54일에서 53일로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출이 폭증하면 매출채권 금액도 당연히 커지니, 절대금액이 아니라 매출 대비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위 오른쪽 그래프처럼 FY23엔 57일까지 갔던 적도 있습니다.
- 구조로 설명하는 쪽: TF증권 궈밍치는 주요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채권 비중이 FY2020~2024 평균 23.8%에서 FY26 3분기 65%로 급증한 점을 짚었습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원래 결제 조건이 길기 때문에, 고객이 소수 대기업으로 쏠리면 DSO가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저는 세 번째 설명이 지금까지는 가장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상대가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이면 돈을 떼일 걱정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럼 연쇄반응 위험은 있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확히 루슨트가 무너진 경로입니다.

순서를 따라가보면 이렇습니다.
- 칩을 넘기고 매출로 인식 → 매출채권이 쌓임
- 고객사(AI 스타트업, 신생 데이터센터 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짐
- 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함 → 이건 비용이라 이익이 깎임
- 회수 불가가 확정되면 이미 잡은 매출을 되돌려야(대손상각) 함
- 실적 쇼크 → 주가 급락 → 자금조달 비용 상승 → 다른 고객사도 자금난
그리고 이 연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주문이 줄면 TSMC와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주문이 줄고, 그러면 메모리 3사 글에서 다룬 사이클이 아래로 꺾입니다. AI 밸류체인은 위아래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서, 한 곳이 막히면 전체가 같이 흔들립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현재 엔비디아 매출채권의 65%는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 몫이고, 이들은 본업에서 현금이 쏟아져 나오는 회사들입니다. 떼일 확률이 낮습니다.
위험은 그 나머지에 있습니다. 아직 적자인 AI 스타트업, 빚으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신생 기업들이요. 이 비중이 늘어나는 순간 DSO는 성격이 달라집니다. “대기업이라 결제가 느린 것”에서 “못 받고 있는 것”으로요.
그래서 저는 DSO를 볼 때 숫자 자체보다 그 뒤에 누가 있는지를 같이 보려고 합니다. 같은 60일이라도 상대가 마이크로소프트인 것과 신생 스타트업인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4. EPS와 잉여현금흐름은 왜 다른가
이제 세 숫자를 비교해보겠습니다.
| 지표 | 계산 | 조작 난이도 |
|---|---|---|
| 매출 | 인도·이전 시점 인식 | 중간 (회수 가능성 판단이 들어감) |
| EPS (주당순이익) | 순이익 ÷ 주식 수 | 가장 쉬움 |
| 잉여현금흐름(FCF) | 영업활동 현금흐름 − 설비투자 | 어려움 (다만 사각지대 있음) |
EPS가 가장 무른 이유는, 순이익에 현금이 아닌 항목이 잔뜩 섞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알파벳 글에서 다뤘듯 알파벳의 2분기 EPS 9.11달러는 시장 예상의 3배가 넘었는데, 상당 부분이 지분 투자 평가이익이었습니다. 컴퓨팅 자원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몇 년으로 잡느냐에 따라서도 순이익은 조 단위로 바뀝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현금흐름을 봅니다. 감가상각은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라, 내용연수를 4년으로 잡든 6년으로 잡든 FCF는 1원도 바뀌지 않습니다. 회계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훨씬 적죠.
그런데 여기서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순환거래는 FCF도 왜곡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는 세 칸으로 나뉩니다.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그런데 FCF는 보통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만 뺀 숫자입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냐면요.
-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한 돈 → 투자활동 유출 (FCF 계산에 안 들어감)
- 오픈AI가 엔비디아 칩을 사면서 낸 돈 → 영업활동 유입 (FCF에 그대로 들어감)
즉 나간 돈은 FCF 밖에 있고, 돌아온 돈은 FCF 안에 있습니다. 회사 전체 현금은 제자리인데 FCF는 늘어나 보이는 구간이 생기는 겁니다.
이게 감가상각 논쟁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감가상각 문제는 FCF를 보면 우회할 수 있지만, 순환거래는 FCF를 봐도 안 걸러집니다. 그래서 이 경우엔 총 현금성 자산 잔고와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5. 그래서 이 주장은 진실인가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답을 나눠서 할 수 있습니다.
맞는 부분
닷컴버블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이 똑같은 일을 했습니다. 루슨트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줘 자사 장비를 사게 하고 그 대출액을 매출로 잡았는데, 상환 위험은 루슨트가 그대로 안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매출이 1999년 380억 달러에서 2006년 80억 달러로 무너진 것이었고요.
규모를 비교해보면 지금이 훨씬 큽니다.

루슨트의 벤더파이낸싱 약정은 81억 달러로 매출 336억 달러의 24% 수준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직접 투자·약정은 1,100억 달러로 최근 12개월 매출 1,650억 달러의 67%에 해당합니다. 매출 대비로 2.8배 큽니다.
맥킨지 추정으로 2000년 말 통신장비 9개사가 제공한 벤더파이낸싱 총액이 256억 달러였는데, 엔비디아가 이번 달 발표한 조달 목표는 5,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약 20배입니다. 그리고 당시 30대 통신사 중 24곳이 파산했고, 공급사들의 대출 포트폴리오는 3분의 1에서 최대 80%까지 손실 처리됐습니다.
우려할 만합니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장된 부분
첫째, “매출 부풀리기”와 “수요 만들기”는 다릅니다. 루슨트는 대출금을 매출로 잡았습니다. 그건 회계 조작에 가깝습니다. 지금은 칩이 실제로 인도되고 데이터센터에서 실제로 돌아갑니다. 수요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장부가 거짓이라는 비판은 다른 얘기입니다.
둘째, 자금의 출처가 다릅니다. 이번 달 엔비디아는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과 손잡고 5,000억 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동원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기 돈을 빌려주던 루슨트 방식과 달리, 월가의 돈으로 고객 구매를 조달하는 구조입니다.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고 분산된 겁니다. 그리고 분산된 위험은 추적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셋째,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대부분은 자기 돈입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의 설비투자는 본업이 벌어들이는 영업현금흐름에서 나옵니다. 엔비디아가 대준 돈이 아닙니다. 순환거래 우려가 집중되는 곳은 이들이 아니라 오픈AI, 코어위브, 오라클처럼 아직 현금창출이 부족한 축입니다.
넷째, 젠슨 황 CEO는 순환금융 의혹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고, 엔비디아는 7페이지짜리 반박 문서까지 냈습니다. 물론 당사자 주장이니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규제기관이 문제 삼은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6. 그럼 버블인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버블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보다, 어디가 약한 고리인지 묻는 게 낫습니다.
지금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빅테크가 돈을 번다 → 그 돈으로 GPU를 산다 → 엔비디아가 번다 →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빌린다 → 오라클·MS가 번다 → 그 돈으로 다시 GPU를 산다
이 고리가 계속 돌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합니다. 어딘가에서 진짜 최종 소비자의 돈이 들어와야 합니다. 사람들이 AI 서비스에 실제로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거죠.
그게 충분하면 이 고리는 성장의 플라이휠입니다. 부족하면 서로의 매출을 돌려막는 구조가 되고요.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도 이 답을 확실히 모릅니다. 그래서 시장이 하루에 5%씩 출렁이는 겁니다.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숫자가 있습니다. 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이 엔비디아 칩 기반 서버 임대로 약 9억 달러를 벌면서 남긴 총이익은 1억 2,500만 달러, 매출 1달러당 14센트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유통 기업보다도 낮은 마진입니다. AI 인프라 임대 사업이 생각만큼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리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으로는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5개사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 미래 지급 의무가 1조 6,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장기 임대계약, 합작법인 보증, 전력 구매 계약 같은 것들이죠. 재무제표 본문에 안 보이는 약속들입니다.
7. 개인적인 의견과 체크리스트
저는 이 논란을 “당장 팔아야 할 이유”로는 보지 않지만, “무시해도 되는 소음”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제가 정리한 입장은 이렇습니다.
첫째, 회계부정 프레임은 과합니다. 순환거래는 공시되고 감사받는 거래입니다. 라운드트리핑과는 다릅니다. “빅테크가 분식회계 중”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걸러 들으려 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위험의 위치는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AI가 돈이 될까”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 돈이 돌아오기 전에 빚이 먼저 만기를 맞으면 어떡하나”가 문제입니다. 성격이 달라진 겁니다.
셋째, 그래서 볼 숫자도 달라져야 합니다. EPS만 보면 안 되고, FCF만 봐도 부족합니다. 아래를 같이 봐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 점검 항목 | 이런 신호가 나오면 경계 |
|---|---|
| ① 총 현금성 자산 잔고 | FCF는 흑자인데 현금 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경우 |
| ② 투자활동 현금흐름 | 고객사·파트너사 지분 투자가 매출 증가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
| ③ DSO와 매출채권의 구성 | DSO가 길어지면서 동시에 매출채권 중 비(非)대형사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 |
| ④ 대손충당금 | 충당금 적립액이 매출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
| ⑤ 오픈AI·오라클·코어위브의 자금조달 | 조달 실패, 금리 급등, 계약 축소 소식 |
| ⑥ 엔비디아 CDS 프리미엄 | 부도 위험 헤지 비용이 계속 오르는 경우 |
| ⑦ 최종 수요 지표 | AI 서비스 유료 구독자·기업 결제액 성장률 둔화 |
일곱 개 중 두 개가 동시에 켜지면 신규 매수를 멈추고, 세 개 이상이면 비중을 줄이겠다는 게 제 규칙입니다.
특히 ③은 앞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두 조건이 함께 성립할 때만 신호로 보려고 합니다. DSO가 길어지는 것 자체는 고객이 대기업으로 쏠려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니까요.
넷째, 그래도 저는 알파벳을 계속 들고 갑니다. 이 논쟁의 중심은 빌린 돈으로 크는 쪽이고, 알파벳은 본업이 벌어주는 돈으로 투자하는 쪽이거든요. 다만 위에서 정리했듯 구글도 앤트로픽을 통해 이 고리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파벳 실적을 볼 때 클라우드 성장률만 보지 않고, 앤트로픽 관련 지분 평가이익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확인하려 합니다. 이 비중이 계속 커진다면 그건 본업이 아니라 투자로 버는 회사가 되어간다는 뜻이니까요.
8. 정리하며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매출은 대체로 진짜지만, 그 매출을 만든 수요 중 일부는 빌린 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장부가 정직해도 구조는 취약할 수 있거든요. 닷컴버블 때도 대부분의 회사는 회계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수요 예측이 틀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버블이다 / 아니다”로 답을 내리는 대신, 위 체크리스트를 분기마다 확인하는 쪽을 택하려 합니다. 확신은 없지만 기준은 가질 수 있으니까요.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자료들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더 깊이 보고 싶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둡니다.
- Bloomberg — AI Circular Deals: How Microsoft, OpenAI and Nvidia Keep Paying Each Other
순환거래와 회계부정(라운드트리핑)의 차이, 그리고 2000년대 초 통신업계에서 벌어진 유사 사례를 정리한 인터랙티브 기사입니다. 이 글 1번 항목의 뼈대가 된 자료입니다. - 이데일리 마켓인 — 엔비디아發 1100조 AI 딜, 채권시장도 ‘순환금융’ 경고음
엔비디아의 7,500억 달러 규모 신규 딜(SK그룹, 오픈AI 지급보증 등)을 금액별로 정리한 기사입니다. - 경향신문 — 다시 점화되는 엔비디아발 ‘순환 거래’ 우려
메타의 특수목적법인 조달, 코어위브의 GPU 담보 조달, 그리고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 미래 지급 의무 1조 6,500억 달러 추정치가 여기서 나옵니다. - 와우테일 — 구글,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 달러 투자
구글의 앤트로픽 투자 구조(현금 100억 달러 즉시 집행 + 성과 연동 300억 달러)와 5기가와트 컴퓨팅 제공 조건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 Tomasz Tunguz — Circular Financing: Does Nvidia’s $110B Bet Echo the Telecom Bubble?
루슨트의 벤더파이낸싱과 엔비디아를 매출 대비 비율로 비교한 분석입니다. 본문의 24% 대 67% 비교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 Yahoo Finance — Why Is Everyone Worried About Nvidia’s Days Sales Outstanding?
매출채권과 DSO를 둘러싼 찬반 논리를 양쪽 다 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TF증권의 반박 근거가 여기 나옵니다. - CNBC — Michael Burry accuses AI hyperscalers of artificially boosting earnings
마이클 버리의 원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이 함께 정리되어 있습니다.
※ 일부 해외 매체는 유료 구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공부와 기록을 위한 것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