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모리 3사 분석 글에서 “29일 SK하이닉스 확정 실적이 나오면 후속 글로 이어가겠다”고 적었습니다. 오늘이 그날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정신없는 하루가 됐습니다.
먼저 밝혀둡니다. 저는 SK하이닉스 주주는 아니고, 같은 업종의 마이크론을 소량 보유 중입니다.
오늘 일어난 일은 성격이 다른 세 가지가 겹쳐 있어서, 섞어서 보면 해석이 어려워집니다.
① 회사가 발표한 실적 ② 시장이 기대했던 것 ③ 그날 시장 전체에 벌어진 일, 이렇게 나눠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회사가 발표한 숫자
| 항목 | 2026년 2분기 | 전년 동기 대비 | 직전 분기 대비 |
|---|---|---|---|
| 매출 | 79조 3,187억 원 | +256.8% | +51% |
| 영업이익 | 60조 5,426억 원 | +557.2% | +71% |
| 영업이익률 | 약 76% | — | — |
5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습니다. 매출은 처음으로 분기 70조 원을 넘겼고요.
영업이익률 76%라는 숫자를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1만 원어치를 팔면 7,600원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제조업에서 나오기 어려운 수치이고, 지난 글에서 다룬 마이크론(80.4%)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메모리 업황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 숫자 하나로 설명이 됩니다.
2. 그런데 시장 기대치는 더 높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 항목 | 시장 컨센서스 | 실제 | 차이 |
|---|---|---|---|
| 매출 | 약 83조 원 | 79.3조 원 | 하회 |
| 영업이익 | 약 64조 원 | 60.5조 원 | 약 3.5조 원 하회 |
절대 금액으로는 3조 5천억 원가량 모자랍니다. 웬만한 기업의 연간 이익보다 큰 금액이지만, 어쨌든 시장이 적어둔 답보다는 작은 숫자였습니다.
주식시장이 보는 건 ‘얼마를 벌었나’가 아니라 ‘기대보다 더 벌었나’입니다. 실적 발표 후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는 이른바 ‘셀온(sell on)’ 우려가 나온 이유입니다.
다만 이 지점은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과 실적이 나빠진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 51%, 영업이익 71%가 늘었으니, 업황이 꺾인 흔적은 이 숫자 안에 없습니다.
3. 시장이 기다렸던 또 하나 — 주주환원
실적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게 주주환원 정책이었습니다. 현금창출력이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이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가 있었거든요.
회사는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 중이며 연내에 구체안을 공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숫자는 나오지 않은 셈입니다. 여기에 실적 가이던스(향후 전망)도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서, 콘퍼런스콜이 진행되는 동안 실망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기다리던 발표가 미뤄지면 시장은 대체로 실망으로 받아들입니다. 오늘 하락의 한 축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이건 ‘안 하겠다’가 아니라 ‘아직 아니다’에 가까워서, 연내 발표를 다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4. 그날의 주가 — 실적보다 시장이 문제였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본론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 시점 | 상황 |
|---|---|
| 전날(7/28) | 본주 14.65% 급락. 7월 들어서만 41.5% 하락 |
| 프리마켓 | 8%대 급락 출발 (미 증시 반도체주 조정 여파) |
| 개장 직후 | 낙폭을 빠르게 회복, 9시 45분경 강보합(+0.4%) |
| 오후 12시 32분 |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매매 20분 중단 |
| 종가 | 140만 1,000원, -9.61% |
그런데 이걸 하이닉스만 놓고 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같은 날 시장 전체가 어땠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 종목·지수 | 7월 28일 | 7월 29일 종가 | 등락률 |
|---|---|---|---|
| 코스피 | 약 -11% | 5,663.24 | -5.98% |
| 코스닥 | — | 662.68 | -6.12% |
| 삼성전자 | -13.39% | 208,500원 | -5.23% |
| SK하이닉스 | -14.65% | 1,401,000원 | -9.61% |
코스피는 종가 기준 6,000선을 내줬는데, 4월 14일 이후 107일 만입니다. 이틀 동안 두 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921조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코스피·코스닥 모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즉, 실적 발표 때문에 하이닉스만 빠진 날이 아닙니다. 개장 직후엔 오히려 플러스로 돌아섰다가, 시장 전체가 무너지면서 같이 쓸려 내려간 겁니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전자도 5.23% 빠졌고, 반도체와 무관한 코스닥도 6% 넘게 내렸습니다.
그럼 시장은 왜 무너졌을까요. 오늘의 방아쇠는 중국이었습니다.
- 중국 국영기업이 반도체 제조용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을 시작했다는 소식
- 여기에 창신메모리(CXMT) 상장이 겹침
지난 글에서 창신메모리를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기술 격차가 2~3년”이라고 적었는데, 그 전제를 흔드는 뉴스입니다. 메모리를 만드는 것과 그 장비까지 자체 조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락은 실적 실망보다 이쪽 무게가 컸다고 봅니다.
5. 레버리지 ETF에서 벌어진 일
지난 글에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를 변동성 요인으로 다뤘는데, 오늘 그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SK하이닉스 본주가 9.61% 빠지는 동안,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7~32% 하락했습니다. 2배 상품인데 3배 넘게 빠진 셈입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오전 한때 본주가 0.13% 오르는 중에도 일부 레버리지 ETF는 1.8% 넘게 하락했는데요.
전날 매수세가 몰리면서 ETF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형성돼 있었고, 그 프리미엄(괴리)이 꺼지면서 기초자산이 올라도 ETF는 내려가는 구간이 나온 겁니다.
손실 규모에 대한 추정도 나왔습니다. 씨티증권 측은 한국 자산 기반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6월 22일 약 525억 달러에서 최근 190억 달러로 줄었고, 그 사이 62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새로 들어온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 손실이 약 387억 달러, 우리 돈 5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저는 이 중 ‘신규 설정 62억 달러‘라는 숫자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떨어지는 동안 9조 원이 새로 들어왔다는 뜻이거든요. 반등을 기대하고 2배로 진입한 자금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2배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가 내리면 기초자산을 더 팔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반등을 기대한 매수가 늘어날수록, 반등이 오지 않았을 때 기계적으로 나와야 할 매도 물량도 함께 커집니다.
오늘은 그 순환이 한 번에 나타난 날이었습니다.
6. 지금은 펀더멘탈대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 시장을 보면서 확실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지금 코스피와 코스닥은 기업의 펀더멘탈대로 주가가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근거로 삼은 숫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① 같은 회사인데 등락률이 6배 차이 났습니다
오늘 삼성전자는 5.23% 내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는 하한가, 30.3%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우선주는 의결권만 없을 뿐 같은 회사의 실적을 공유하는 주식입니다. 하루 만에 회사 가치가 30% 훼손됐다면 본주도 같이 빠져야 합니다. 이 차이는 기업 가치로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유동성이 얕은 종목에 매도가 몰렸을 때 나타나는 수급 현상입니다.
② 개인이 팔고, 외국인과 기관이 받았습니다
보통 급락장의 그림은 반대입니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받아내는 구도가 익숙하죠. 그런데 오늘은 오전 한때 개인이 1조 4,185억 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이 2,479억 원, 기관이 1조 2,338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그동안 시장 상승을 이끌던 개인의 투자심리가 무너지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③ 하루 진폭이 13%p를 넘었습니다

코스피는 1.09% 상승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장중 12% 넘게 낙폭을 키워 5,200선까지 밀렸고, 결국 5.98%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코스닥도 719.39까지 올랐다가 630.99까지 밀린 뒤 662.68로 끝났습니다.
하루 안에 지수가 13%p 넘게 움직였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하루 만에 13% 변할 수는 없습니다. 이 폭은 가치가 아니라 수급이 만든 겁니다.
④ 같은 날 상한가와 하한가가 함께 나왔습니다
코스피에서 한화갤러리아우는 29.87% 올라 상한가로, SK디앤디는 29.96% 내려 하한가로 마감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무너지는 와중에 정반대로 튄 종목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에는 방향이 서로 다른 힘들이 한꺼번에 얽혀 있습니다. 반도체 고점론, 중국의 기술 추격, 레버리지 청산, 개인 투자심리 붕괴, 기관·외국인의 저가 매수, 여기에 유가와 환율까지요.
어느 하나가 지배적이지 않으니 그날그날 이긴 쪽으로 지수가 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한국 시장의 하루 등락을 기업에 대한 평가로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 하이닉스가 9.61% 빠진 걸 “시장이 하이닉스 실적을 이만큼 나쁘게 봤다”로 해석하면 틀린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실적을 발표하지도 않은 삼성전자우가 하한가를 맞은 날이니까요.
물론 이 상태가 영원히 가지는 않습니다. 수급이 정리되고 나면 결국 실적과 업황이라는 중력이 다시 작동할 겁니다. 다만 그때까지는 주가 등락으로 기업을 판단하지 말고, 기업의 숫자로 기업을 판단하자는 게 지금 제가 붙잡고 있는 원칙입니다.
7. 참고 — 코스피는 빠졌는데 환율도 내렸습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1,44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보통 주가가 급락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로 환율이 오르는데, 오늘은 반대였습니다.
이유가 여러 개 겹쳤습니다.
- 이란이 사우디·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중동 긴장이 완화 → 브렌트유 4.83% 급락(배럴당 84달러) →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는 원화 강세 요인
-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 달러의 환전 물량
- 월말 수출기업 네고 물량
-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조 재확인
정리하면 주식시장은 반도체를 보고 내렸고, 외환시장은 유가와 금리를 보고 내린 날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두 시장이 서로 다른 재료를 보고 움직였습니다.
8.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이야기
주가와 별개로, 회사가 콘콜에서 밝힌 내용은 확인해둘 만합니다.
- 공급 과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
-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 10여 곳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
두 번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공급계약 확대를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메모리가 ‘시황에 따라 파는 산업’에서 ‘계약해두고 파는 산업’으로 바뀌는 흐름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AI가 메모리 사이클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논리의 근거가 하나 추가된 셈입니다.
9. 지난 글 체크리스트, 다시 점검해봤습니다
지난 글 마지막에 진입 판단용 체크리스트 5개를 적어뒀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 점검 항목 | 오늘 기준 상태 |
|---|---|
| ① HBM 계약가격 방향 | 이상 없음. 고객 10여 곳과 LTA 협상 마무리는 오히려 긍정 신호 |
| ② 3사 합산 CAPEX | 판단 보류. 30일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에서 확인 필요 |
| ③ 빅테크 설비투자 가이던스 | 이상 없음. 구글은 오히려 상향. 다만 30일 새벽 MS·메타 발표 확인 필요 |
| ④ CXMT의 진척 | 경고등. 상장에 더해 중국의 노광장비 양산 소식까지 나옴 |
| ⑤ 범용 DDR 현물가 | 판단 보류. 추적 중 |
제가 정해둔 규칙은 “다섯 개 중 두 개가 동시에 꺾이면 신규 매수 중단, 세 개 이상이면 비중 축소”였습니다.
지금은 명확히 켜진 게 ④ 하나입니다. 규칙상으로는 신규 매수를 멈출 단계가 아닙니다. 다만 ④가 켜진 방식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저는 창신메모리의 HBM 양산 속도를 보려 했는데, 실제로는 장비 국산화라는 더 근본적인 경로로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는 항목이 켜지는 방식까지 예상하지 못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점검부터는 ④를 ‘CXMT의 HBM 진척’에서 **’중국 반도체 자립 속도(소재·장비 포함)’**로 넓혀 보려 합니다.
10. 개인적인 견해 — 혼란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보겠습니다. 6번에서 “지금은 펀더멘탈대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적었는데, 이 문장을 뒤집으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시장이 가치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면, 지금 가격은 가치와 크게 어긋나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이 아래쪽으로 벌어져 있다면, 그건 저평가입니다.
저는 지금 코스피 종목 몇 개를 매수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늘 매도는 상당 부분 무차별적이었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전부 내렸는데, 면면을 보면 반도체와 무관한 기업들이 섞여 있습니다.
| 종목 | 등락률 |
|---|---|
| 현대차 | -2.88% |
| KB금융 | -3.09% |
| LG에너지솔루션 | -4.30% |
| 삼성바이오로직스 | -4.52% |
| 삼성생명 | -6.84% |
중국이 노광장비를 만들기 시작한 것과 KB금융의 실적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같이 3% 넘게 빠졌습니다. 지수를 파는 매물에 휩쓸린 겁니다. 이런 하락은 기업 가치가 훼손돼서 생긴 게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올 자리라고 봅니다.
둘째,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반복된다는 건 투매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이 장치들은 시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때 강제로 브레이크를 거는 안전장치입니다. 그게 이틀 연속, 그것도 양 시장에서 걸렸다는 건 지금 가격이 정상적인 거래로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투매는 가격을 가치 아래로 밀어냅니다. 그 지점이 결국 기회가 되는 자리였다는 게 과거 하락장들이 남긴 기록이기도 하고요.
셋째, 저는 원래 공포에 사는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제 매수 시스템 자체가 공포 구간에서 단계적으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지금 국내 시장은 그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공포 구간입니다.
다만, 이 생각이 틀릴 수 있는 지점도 적어둡니다.
이 글을 여기서 끝내면 “지금 다 사라”는 글이 돼버리는데, 제 생각은 그게 아닙니다.
① “싸 보이는 것”과 “싼 것”은 다릅니다. 반도체 두 종목의 하락에는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실체가 있는 악재가 섞여 있습니다. 이건 수급 때문에 억울하게 빠진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반영되고 있는 겁니다. 억울한 하락과 정당한 하락이 한 종목 안에 섞여 있으니, 어디까지가 어느 쪽인지 따져보지 않으면 “싸서 샀는데 더 싸지는” 상황을 만납니다.
② 오늘도 모든 종목이 무차별로 빠진 건 아닙니다. 같은 날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오른 것도 있었고(레인보우로보틱스, HLB, 파마리서치), 코스피에서는 상한가 종목까지 나왔습니다. 시장이 완전히 눈을 감은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수가 빠졌으니 다 싸다”가 아니라, 어느 하락이 억울한 하락인지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③ 혼란은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평가라는 판단이 맞아도, 그게 언제 해소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 번에 넣으면 그 기간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이렇게 접근하겠습니다. 한 번에 사지 않고, 미리 정한 단위로 나눠서. 그리고 각 종목마다 “이 논리가 틀렸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먼저 적어두고 들어가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를 사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오늘 하락에 억울한 부분이 섞여 있는 건 반도체도 마찬가지고, 실적 숫자 자체는 여전히 좋으니까요. 다만 반도체 관련주는 변동성이 다른 업종과 차원이 다릅니다. 오늘만 봐도 시총 상위 종목들이 2~4% 빠질 때 SK하이닉스는 9.61%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포장에서는 하방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달 최고가 대비 절반 가까이 빠진 상태인데, 그때도 “여기가 바닥”이라는 얘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반토막 난 주식이 거기서 또 반토막 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반도체를 담더라도 한 번에 실을 자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비반도체 우량주보다 단위를 더 잘게 쪼개고, 물릴 것을 전제로 여유분을 남겨두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미국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서, 국내 종목은 아직 들여다보는 단계입니다. 실제로 매수한다면 그 기록도 남기겠습니다.
11.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적은 기대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좋았고, 주가를 흔든 건 실적이 아니라 중국발 뉴스와 무너진 수급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의 하락을 ‘피크아웃 확인’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실적 숫자 안에 업황이 꺾인 증거가 아직 없고, 무엇보다 오늘 시장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회사의 우선주가 하한가를 맞는 날의 주가를 근거로 기업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 글에서 위험 요인으로 꼽았던 중국 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메모리 비중을 시드의 10~20% 한도로 보겠다는 제 기준은 유지합니다. 다만 그 한도 안에서 서두를 이유도 아직 없다고 봅니다. 30일 삼성전자 콘퍼런스콜과 마이크로소프트·메타 실적에서 체크리스트 ②, ③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확인되면 다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공부와 기록을 위한 것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