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좌 열어보기가 무섭습니다. 반도체가 무너지면서 나스닥이 계속 밀리고 있고, 커뮤니티에는 “이제 진짜 끝났다”는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흔들립니다. 오늘은 그 흔들림에 대해, 그리고 제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1. 그런데 숫자로 보면 좀 이상합니다
멘탈이 흔들릴 때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체감을 숫자로 바꿔보는 것입니다.
지금 제 체감은 “폭락장”입니다. 그런데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를 열어보면 38, ‘공포’ 구간입니다. ‘극단적 공포’는 24 이하인데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참고로 진짜 극단적 공포가 뭐였냐면 이런 겁니다.
- 2025년 4월 관세 파동: 지수 3
- 2025년 11월 AI 거품론: 지수 5
- 2026년 3월 중동 사태: 지수 6
지금은 38입니다. 제 체감과 시장의 실제 온도 사이에 이만큼 차이가 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지난 매매일기에서도 같은 걸 느꼈습니다. 계좌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는데 표를 만들어 보니 나흘간 1%도 안 빠졌더라구요. 공포는 늘 실제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2. 제 시스템은 아직 사라고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좀 민망한 사실을 고백하자면, 저는 F&G 티어 매수 시스템이라는 걸 만들어놓고 그걸 블로그에 자랑까지 했습니다. 공포탐욕지수와 나스닥100 하락률을 조합해서, 조건이 되면 정해진 만큼만 사는 규칙이죠.
그런데 지금, 티어 1이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티어 1 조건은 F&G 20 이하 그리고 나스닥100 고점 대비 -10%인데, 둘 다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재밌는 건 두 조건의 온도가 꽤 다르다는 겁니다. 나스닥100은 고점 대비 -9.5%로 사실상 코앞까지 왔습니다. 반면 공포탐욕지수는 38로, 기준선인 20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즉 가격은 충분히 빠졌는데, 시장은 아직 그만큼 무서워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0.5%p 남았는데 안 산다는 게 좀 답답하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두 조건을 ‘AND’로 묶어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격만 보고 사면 그냥 하락에 물타는 게 되고, 심리만 보고 사면 안 빠진 걸 비싸게 사게 되니까요. 둘이 같이 와야 비로소 제가 원하는 자리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0.5%만 더 빠지면 되니까 미리 사자”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건 이미 규칙이 아니라 예측입니다.
정리하면, 제가 “폭락이다, 큰일났다” 하고 있는 이 시점이 제가 직접 정한 기준으로는 아직 매수 버튼을 누를 자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둔 진짜 가치가 여기 있더라구요.규칙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많이 빠졌으니까” 하면서 현금을 절반쯤 써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살 돈이 없었겠죠.
3. 멘탈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가가 빠져서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든 거였습니다.
- 지금 사야 하나? 더 빠지면 어떡하지?
- 팔아야 하나? 팔았는데 오르면?
- 아무것도 안 하면 바보 되는 거 아닌가?
이 세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면 잠이 안 옵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답을 지금 정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하락장에 답을 정하려고 하면 반드시 감정이 개입합니다. 그래서 답은 하락장이 오기 전에 정해뒀어야 하는 거고, 하락장에서는 그냥 그 답을 읽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멘탈 관리라는 게 결국 “지금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미리 만들어두는 일이더라구요.
4. 제가 실제로 하는 것들
거창한 방법은 아니고, 그냥 제가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계좌를 자주 안 봅니다. 원래 저는 자동매수 걸어두고 일주일에 한 번 보던 사람이었습니다.블로그에 매매일기를 쓰면서 자주 보게 됐는데, 확실히 자주 볼수록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 기분은 대부분 손실로 이어집니다. 하락장이 길게 이어진다면 매매일기 작성 주기를 조금 늘리든가 해야겠습니다.
금액 대신 수량과 비중을 봅니다. “얼마 잃었다”로 보면 심장이 뜁니다. 그런데 “QLD 몇 주 보유, 현금 비중 몇 %”로 보면 이상하게 차분해집니다.
어차피 팔지 않을 거면 평가금액은 지나가는 숫자일 뿐입니다.
남의 계좌를 안 봅니다. 하락장에는 유독 “나는 다 팔고 나왔다”는 글이 많이 보입니다. 그거 보고 흔들려서 판 적이 있는데, 그분이 진짜 팔았는지 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장과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건 제가 좀 효과를 본 방법인데요. 주가가 빠질 때 “왜 빠지지, 짜증나네”가 아니라 시장이 지금 뭘 걱정하고 있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지금이라면 “AI 투자가 정말 돈이 되긴 하는 걸까”, “메모리 가격이 고점인가”, “중국 반도체 추격이 진짜 위협인가” 같은 질문들이겠죠. 이렇게 하면 하락이 감정이 아니라 공부거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제 답이 여전히 “그래도 산다”라면, 버틸 근거가 생기는 겁니다.
적립식은 그냥 돌아가게 둡니다. 저는 매일 QLD를 정해진 금액만큼 삽니다. 하락장에서 이걸 멈추고 싶은 유혹이 굉장히 큰데, 멈추는 순간 그건 이미 적립식이 아니라 타이밍 매매가 됩니다.
5. 반대로, 제가 참고 있는 것들
“많이 빠졌으니까” 매수를 참습니다.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하지만 ‘많이’는 기준이 아닙니다. 기준은 숫자여야 합니다.
손실 금액을 실물로 환산하지 않습니다.
“이거 차 한 대 값인데” 같은 계산을 시작하면 그날 하루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심심하다고 종목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이 습관이 있다는 걸 최근에 자각했습니다. 뭔가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서 개별주를 넣었다 뺐다 했는데, 그건 투자가 아니라 불안을 달래는 행동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상승장 덕에 운 좋게 넘어갔을 뿐입니다.
6. 그래도 저는 흔들립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글도 제가 다 잘하고 있어서 쓰는 게 아닙니다. 바로 지난주에 저는 규칙 없이 들어갔던 DRAM 레버리지 ETF를 700달러 손실로 정리했습니다.
매매일기에 그대로 적어뒀는데, 살 때 규칙이 없었으니 팔 때도 규칙이 없었고, 결국 “더 빠지기 전에 정리하자”는 감으로 손절했습니다. 마이크론도 고점 대비 20% 빠진 시점에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이것도 룰이 있어서 판 게 아니라 불안해서 판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독자분들께 드리는 조언이라기보다, 제가 저에게 남기는 메모에 가깝습니다.
나중에 진짜 공포탐욕지수가 10 아래로 내려가고 나스닥이 -30% 빠져 있을 때, 오늘의 저를 읽으려고요.
7. 그럼에도, 저는 낙관에 겁니다
하락장에는 비관적인 전망이 유독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이번엔 다르다”, “구조적 한계다”, “거품이 터지는 중이다” 같은 말들이 훨씬 지적이고 통찰력 있어 보이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살면서 비관주의자에게서 동기부여를 받거나 활력을 얻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아무리 말이 맞아 보여도, 따라가고 싶어지진 않습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건 낙관론자도 비관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상황이 계속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대체 왜 장기 투자를 하는 걸까요?
저는 결국 주식 투자라는 게 이런 베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제와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 더 나은 물건을 만들고, 기업은 계속 돈을 벌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 흐름에 제 돈을 얹어두는 것. 그게 장기 투자의 본질 아닐까요. 구조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주식을 사서 최악의 경우 잃는 건 원금 100%지만, 오를 때는 한도가 없습니다. 반대로 공매도는 벌 수 있는 게 최대 100%인데 손실은 이론상 무한입니다.
인버스 ETF라면 복리 덕에 100%를 넘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나스닥100이 33% 빠진 2022년, 3배 인버스인 SQQQ의 수익률이 82%였습니다. 인버스 최고의 해에도 100%를 못 넘긴 겁니다. 변동성 잠식이 그만큼 먹었으니까요.
더 결정적인 건 시간입니다. SQQQ(나스닥100 3배 인버스)는 상장 후 15년 동안 수익을 낸 해가 2022년 한 해뿐이었고, 같은 기간 TQQQ는 압도적으로 올랐습니다.
롱은 시간이 아군이고, 숏은 시간이 적입니다.
틀린 롱은 기다릴 수 있지만, 맞은 숏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죽습니다.
개인적으로 낙관주의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일론 머스크입니다. 로켓을 재사용하겠다, 화성에 가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비웃었죠. 지금은 그 로켓이 돌아와서 착륙합니다. 흥미로운 건, 당시 그를 비웃던 비관론들도 하나같이 논리적이었다는 겁니다. 비용이 안 맞는다, 기술적으로 무리다, 다 맞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다만 그 논리로 로켓을 만든 사람은 없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테슬라 주식은 안 삽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그 회사 주식을 사는 건 별개니까요.
그래도 “된다고 믿고 끝까지 해보는 사람”이 결국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투자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자주 떠올리는 문장이 두 개 있습니다.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라.” — 모건 하우절
이 문장이 제 시스템을 정확히 설명해 줍니다. 현금 30%를 쌓아두는 건 비관론자의 몫이고, 그 돈으로 결국 레버리지를 사는 건 낙관론자의 몫이니까요.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무너집니다.
비관만 있으면 평생 현금만 들고 있게 되고, 낙관만 있으면 첫 하락에 계좌가 날아갑니다.
“절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마라.” — 워런 버핏
버핏이 수십 년간 반복해온 말입니다. 그도 대공황부터 닷컴버블, 금융위기까지 다 겪은 사람인데, 매번 결론은 같았습니다. 물론 낙관이 곧 무모함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규칙을 만들었고, 현금을 쌓아두고, 나눠서 삽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치의 밑바닥에 깔린 전제는 결국 하나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올라간다.
그 전제를 못 믿겠다면, 애초에 주식을 하면 안 되는 거겠죠.
저는 비관보다 낙관 쪽에 걸겠습니다.
마치며
하락장에서 제일 위험한 건 하락 그 자체가 아니라, 하락이 만들어내는 “뭔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상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무섭긴 한데, 아직 움직일 때가 아닙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조금 편해지네요.
여러분도 각자의 기준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드는 게, 다음 하락장의 멘탈을 지켜줄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버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