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은 최고인데 30년물은 5%, 시장의 향방

3줄 요약

  • 엔비디아 실적: 2분기 매출 962억 달러(+106%), 3분기 가이던스 1,080억 달러. 중국을 0으로 놓고도 89% 성장입니다.
  • 그런데 미 30년물 금리는 5.17%. 재무부는 국채를 되사고 있고, 비상금 계좌까지 헐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 근본 원인인 1.9조 달러 재정적자는 아무도 안 건드립니다. 그래서 안 좋은 상황과 차악을 나눠서 정리해봤습니다.

이틀 전에 시장은 어디로 갈까요? 네 가지 가정이라는 글을 쓰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시장의 운명을 쥔 건 물가도 실적도 아니고 국채 시장입니다.

그리고 어제 엔비디아 실적이 나왔습니다.

결과만 보면 제 말이 무색합니다. 매출 962억 달러, 전년 대비 106% 성장.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1,080억 달러.

이런 숫자를 보고도 “실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아침에도 엔비디아 차트가 아니라 미국 30년물 금리를 먼저 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1. 엔비디아 실적,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FY2027 2분기(2026년 5~7월) 실적입니다.

엔비디아 실적 추이 막대그래프 - FY26 2분기 매출 467억 달러에서 FY27 3분기 가이던스 1,080억 달러까지 증가
1년 만에 매출이 2배가 됐습니다. 오른쪽 빨간 막대가 회사가 제시한 3분기 가이던스입니다.
항목결과전년 대비
총매출962억 달러+106%
데이터센터890억 달러+117%
Non-GAAP EPS$2.22+120%
총이익률75.0%72.7% → 75.0%
3분기 가이던스1,080억 달러 (±2%)약 +89%

주주환원도 분기에만 260억 달러를 했고, 자사주 매입 한도가 990억 달러 남아 있습니다. 배당은 10월 1일 주당 $0.25.

제가 이 표에서 제일 눈여겨본 건 매출이 아니라 총이익률 75%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이렇게 올랐는데 마진이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고객에게 넘길 수 있다는 뜻이고, 아직 GPU는 파는 사람이 갑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3분기 가이던스 1,080억 달러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이 아예 안 들어가 있습니다. 중국을 0으로 놓고도 89% 성장을 하겠다는 겁니다.

주가는 시간외에서 처음엔 1.3% 빠졌다가, 컨퍼런스콜이 진행되면서 5% 가까이 올랐습니다. 숫자가 나빠서 빠진 게 아니라 “이 정도로는 부족한 거 아닌가”를 시장이 잠깐 고민했다는 뜻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젠슨 황의 코멘트는 이번에도 명확했습니다.

AI는 변곡점을 지났습니다. 이제 연산이 곧 매출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2. 그런데 저는 이 문장이 걸립니다

이번 실적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반복해서 물은 게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같은 곳들과 엮여 있는 5,000억 달러 규모의 파이낸싱 구조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 거래들이 신용등급 AA가 아니라 “BBB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AI 순환거래란? 빅테크 매출은 정말 부풀려져 있을까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과장”이었습니다. 회계부정은 아니고 실제 제품 거래가 맞다. 다만 규모가 루슨트 사례와 비슷한 수준까지 왔다.

지금은 그 글에 적어둔 것과 다른 지점이 걸립니다. 매출채권이나 DSO가 아니라, AI 캐펙스의 자금 조달 경로가 자기자본에서 부채와 구조화 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쪽입니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진짜입니다. 문제는 그 매출을 만들어주는 고객의 돈이 어디서 오느냐입니다.


3. 미국 금리는 지금 이렇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 막대그래프 - 연방기금금리 3.63%, 2년물 4.17%, 10년물 4.64%, 30년물 5.17%
2026년 8월 25일 기준. 연준이 내린 건 왼쪽 끝이고, 시장이 정하는 건 오른쪽 끝입니다.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연준은 이미 3.6%까지 내렸는데 30년물은 5%를 넘겼습니다.

연준이 통제하는 건 단기금리입니다. 장기금리는 결국 “이 채권을 누가 얼마에 사줄 것인가”가 정합니다.

지금 장기 구간이 안 내려온다는 건, 연준의 문제가 아니라 사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문제입니다.


4. 재무부가 하고 있는 일

8월 19일, 미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정부가 시장에서 자기 국채를 되사는 것)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유동성 지원 바이백 1회 최대 규모: 20억 달러 → 최소 40억 달러
  • 적용 기간: 2026년 9월 9일 ~ 11월 4일
  • 대상: 10~20년, 20~30년 구간(장기물)

그리고 며칠 뒤인 8월 24일, 이 바이백 재원으로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GA는 정부의 연준 계좌, 쉽게 말해 비상금 통장이고 잔고가 약 9,500억 달러입니다. 새로 단기채를 찍지 않고도 장기채를 되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발표 때마다 장기물 금리가 잠깐씩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들을 보고 안도가 아니라 반대 감정이 들었습니다.

되사야 할 만큼 안 팔린다는 뜻이고, 비상금까지 꺼내야 할 만큼 급하다는 뜻이니까요.

미국외교협회(CFR)의 평가도 비슷했습니다. 이번 바이백은 “실질보다 신호에 가깝다”는 겁니다. 선진국 정부부채가 GDP 대비 110% 부근까지 왔고, 미국채의 약 30%를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관세·무역 정책 때문에 예전만큼 편하게 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백은 발행을 줄이지 않습니다. 재정적자가 그대로면 발행도 그대로입니다. 되사는 만큼 다시 찍어야 합니다.

호스는 그대로 두고 양동이만 옮기는 겁니다.


5. 그럼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 빅테크 채권

여기서 재미있는 게 나옵니다. 국채가 안 팔린다는데, 빅테크 채권은 없어서 못 삽니다.

빅테크 5개사 회사채 발행액 막대그래프 - 2020~2024년 연평균 280억 달러에서 2026년 전망 4,000억 달러로 급증
알파벳·아마존·메타·MS·오라클의 회사채 발행액. 2026년 전망은 모건스탠리 추정입니다.
항목수치
알파벳·아마존·메타·MS·오라클 2025년 발행약 1,210억 달러 (집계 따라 1,650억 달러)
2020~2024년 연평균약 280억 달러
2026년 하이퍼스케일러 발행 전망(모건스탠리)약 4,000억 달러
알파벳 발행 스프레드국채 대비 +27~95bp
오라클 발행 스프레드국채 대비 +95~195bp

알파벳은 100년 만기 파운드화 채권까지 찍었습니다. 100년입니다.

제가 처음 세웠던 가설은 이랬습니다. “빅테크 채권이 더 매력적이니까 국채 수요가 빠지는 거 아닐까.”

찾아보니 절반만 맞았습니다.

맞는 부분. 알파벳 AA+ 채권을 국채보다 0.3~0.9%p 더 받고 살 수 있으면, 연기금·보험사 입장에서 장기 자금을 굳이 국채에만 넣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특히 30년, 50년, 100년짜리 초장기 구간에서 국채와 빅테크 채권은 같은 지갑을 놓고 경쟁합니다. 그 지갑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틀린 부분. 전 세계 채권시장은 100조 달러가 넘습니다. 빅테크가 4,000억 달러를 찍어도 산술적으로 국채를 밀어낼 규모는 아닙니다. 장기금리가 높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6. 근본 원인은 아무도 안 건드리고 있습니다

숫자를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연간 순이자비용 막대그래프 - 2022년 0.48조 달러에서 2036년 2.1조 달러로 증가 전망
이자비용은 이미 국방비를 넘어 사회보장·메디케어 다음가는 연방정부 3위 지출입니다.
항목수치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 (CBO)1.9조 달러, GDP의 5.8%
2026년 7월까지 누적 이자비용9,310억 달러 (전년 대비 +11%)
이자비용 순위사회보장·메디케어 다음 연방정부 3위 지출
이자비용 전망2026년 1.0조 → 2036년 2.1조 달러
국가부채 / GDP2025년 99% → 2036년 120%

미국은 지금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고 있습니다. 국방비보다 이자를 더 씁니다.

그런데 이걸 줄이려는 시도는 안 보입니다. 지출을 줄이는 건 선거에서 지는 길이고, 세금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나온 대책이 바이백이고 TGA고, 결국 “돈을 풀어서 메꾸는” 방향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네 가지밖에 없습니다.

  1. 긴축 —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린다. 정치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 성장 — 경제가 부채보다 빨리 커진다. 지금 미국이 AI에 걸고 있는 게 이겁니다.
  3. 디폴트 — 안 갚는다. 기축통화국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4. 인플레이션 —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빚의 실질 가치를 녹인다.

1번과 3번이 막혔고 2번은 아직 증명 전이면, 남는 건 4번입니다. 저는 지금 미국이 2번을 시도하면서 4번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AI 캐펙스는 막을 이유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밀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성장으로 부채를 해결하는 유일한 카드니까요.

그래서 저는 규제나 제동이 AI 투자 사이클을 꺾을 거라는 시나리오는 낮게 봅니다.


7. 안 좋은 상황과 차악의 상황

지난 글의 네 가지 시나리오는 그대로 둡니다. 확률도 안 바꿉니다. 바이백 자체는 그 글을 쓸 때 이미 나와 있던 이야기고, 지금 와서 숫자를 조정하는 건 뒷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 위에 축을 하나 얹어보려고 합니다. 미국이 근본 원인을 안 건드리고 돈을 풀어서 메꿀 때, 어디가 안 좋은 상황이고 어디가 차악인가.

안 좋은 상황 — 눌러도 안 눌리는 경우

바이백을 해도, TGA를 헐어도 장기금리가 안 내려오는 경우입니다.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장기금리 상승 → 정부 이자비용 증가 → 적자 확대 → 국채 추가 발행 → 장기금리 추가 상승

한 바퀴 돌 때마다 조여지는 구조입니다. 시장에는 이렇게 옵니다.

  • 빅테크 회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집니다. 5% 조달이 6~7%가 됩니다.
  • 캐펙스 가이던스가 깎입니다. 부채로 짓던 회사부터 멈춥니다.
  • 그 다음 분기에 엔비디아 매출 가이던스가 처음으로 낮아집니다.
  • 주식과 채권이 같이 빠집니다. 금리 때문에 빠지는 장에서는 채권이 방어를 못 합니다.

이게 안 좋은 이유는 하락 자체가 아니라 피할 데가 없다는 점입니다. 2022년 영국 길트 사태의 미국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차악의 상황 — 눌러서 누르는 데 성공하는 경우

정부와 연준이 어떻게든 장기금리를 눌러내는 경우입니다. 수단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이백 확대, TGA 동원, 장기채 대신 단기채 위주 발행, 양적긴축 종료, 그리고 정 안 되면 연준이 장기물을 직접 사는 것.

이 경우 명목금리는 내려옵니다. 그런데 적자와 통화량은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물가는 안 내려옵니다.

명목금리가 물가보다 낮은 상태, 즉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만들어집니다. 정부는 빚의 실질 가치를 조용히 녹이고, 그 비용은 현금과 예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냅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고 부르는 방식이고, 미국이 2차대전 이후 부채를 줄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시장에는 이렇게 옵니다.

  • 명목 주가는 오릅니다. 특히 실물자산과 성장주가 오릅니다.
  • 현금과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깎입니다.
  • “내 계좌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안 나아지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차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계좌 숫자는 괜찮은데 구매력은 깎입니다. 그래도 첫 번째보다는 낫습니다.

두 상황 비교

안 좋은 상황차악의 상황
장기금리계속 상승인위적으로 하락
물가안정 또는 하락안 잡힘
실질금리플러스 확대마이너스
빅테크 캐펙스축소 → 실적 훼손유지 또는 확대
명목 주가하락상승
현금의 역할그나마 피난처가만히 앉아 세금 내는 자산
누가 비용을 내나부채로 투자한 기업과 주주현금·예금 보유자

제 판단

저는 차악 쪽 확률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미국이 앞의 네 가지 방법 중 실제로 고를 수 있는 게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에서 나오는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현금 100%는 안전한 게 아닙니다. 금융억압 구간에서 현금은 가만히 앉아서 세금을 내는 자산입니다.

그렇다고 레버리지를 끝까지 들고 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차악으로 가는 길에도 위의 “안 좋은 상황”을 잠깐씩 통과하는 구간이 반드시 있고, 레버리지는 그 구간을 못 버티니까요.

그래서 결론이 결국 자산은 들고 있되, 하락 구간을 버틸 현금을 따로 쥐고 있는 것으로 돌아옵니다. 새로운 결론이 아니라서 좀 허무하긴 합니다.


8. 제가 볼 지표 3개

숫자 예측은 못 하니까 볼 것만 정해두겠습니다.

  1. 미 30년물 금리 5.17% — 9월 바이백 확대 이후에도 안 내려오면 “안 좋은 상황” 쪽으로 한 칸 이동합니다.
  2. 빅테크 IG 회사채 스프레드 — 지금 AAA 기준 0.36% 수준. 여기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진짜 신호입니다. 엔비디아 실적보다 이게 먼저 움직입니다.
  3. 기대인플레이션(10년 BEI)과 장기금리의 방향 차이 — 장기금리는 내려오는데 기대인플레이션이 같이 안 내려오면, 그게 금융억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마치며

버핏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자율은 자산 가격에 중력과 같은 작용을 한다.

워런 버핏

엔비디아 실적은 훌륭했습니다. 저는 이 회사가 사기를 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AI 수요도 진짜라고 봅니다.

다만 좋은 실적이 좋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실적을 사줄 돈의 가격이 비싸면 주가는 안 오릅니다.

그리고 그 돈의 가격을 정하는 건 지금 연준도 엔비디아도 아니고, 1.9조 달러짜리 재정적자를 아무도 안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 계좌는 그대로 갑니다. 지난 매매일기에 적은 대로 TQQQ 첫 사이클은 굴러가는 중이고, 현금은 현금대로 대기 중입니다. 안 좋은 상황이 오든 차악이 오든 제가 할 일은 같기 때문입니다.

틀려도 되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것. 그게 제가 하는 유일한 예측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버텨봅시다.


참고자료

이 글에서 인용한 수치의 출처입니다.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쓴 것만 올렸습니다.

엔비디아 실적

금리와 국채

빅테크 채권

미국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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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개인의 기록이자 의견입니다. 인용한 수치는 NVIDIA 실적 발표, 연준 H.15, 미 재무부 보도자료, CBO 예산전망에서 확인한 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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