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어떤 기업 실적이 아주 잘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샀는데, 그날 주가가 오히려 빠졌습니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떨어진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찾아보니 답은 한 단어였습니다. “선반영.”
그런데 이 단어를 이해하고 나니, 더 큰 의문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그 의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제 의심 — 내가 아는 건 이미 다들 아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제가 어떤 기업이 좋다는 걸 알게 되는 경로는 뻔합니다. 뉴스, 유튜브, 블로그, 증권사 리포트. 그런데 이 정보들을 저만 보는 게 아닙니다. 수백만 명이 같이 봅니다. 그것도 저보다 훨씬 빨리, 훨씬 깊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는 그 기업을 몇 년째 담당하며 공장까지 다녀옵니다. 헤지펀드는 위성사진으로 주차장 차량 수를 세서 매출을 추정합니다. 알고리즘은 실적 발표문이 올라온 지 0.01초 만에 읽고 주문을 냅니다.
그 사이에 제가 있습니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요약본을 보는 저요.
제가 “좋은 정보”라고 생각한 그것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닐까요?
2. 이 의심에는 이미 이름이 있습니다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건 금융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 중 하나였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라고 부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가는 이미 알려진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뉴스에 나온 시점에는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이 가설은 보통 세 단계로 나눕니다.
| 단계 | 반영되는 정보 | 의미 |
|---|---|---|
| 약형 | 과거 가격·거래량 | 차트만 봐서는 초과수익을 못 낸다 |
| 준강형 | 공개된 모든 정보 | 뉴스·실적·리포트로도 못 이긴다 |
| 강형 | 내부 정보까지 전부 | 내부자도 못 이긴다 |
현실에서 강형까지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준강형 정도는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제가 접하는 정보는 전부 ‘공개된 정보’니까요.

3. 심지어 증거도 꽤 있습니다
이게 그냥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첫째, 전문가들도 지수를 잘 못 이깁니다.
S&P 다우존스가 매년 내는 SPIVA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액티브 펀드가 지수를 이겼는지를 추적하는,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입니다. 2025년 말 기준 결과는 이랬습니다.
| 기간 | 지수를 못 이긴 액티브 펀드 비율 |
|---|---|
| 2025년 한 해 | 79% (미국 대형주 기준) |
| 20년 | 약 92% |
2025년의 79%는 2024년의 65%보다 나빠진 수치이고, SPIVA 25년 역사에서 네 번째로 안 좋은 해였습니다. 그리고 15년 구간을 보면 국내주식·해외주식·채권을 통틀어 액티브 매니저 과반이 지수를 이긴 카테고리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닙니다. 한국에 설정된 미국 주식형 펀드 역시 77%가 S&P500(원화 기준)을 밑돌았습니다.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는 사람들, 팀 단위로 리서치하고 기업 탐방까지 다니는 사람들의 성적표가 이렇습니다.
둘째, 이긴 사람도 계속 이기지는 못합니다.
이게 저에게는 더 충격이었습니다. SPIVA에는 ‘지속성 스코어카드’라는 게 같이 나오는데, 한 번 잘한 펀드가 계속 잘하는지를 추적합니다.
2021년에 상위 50%에 들었던 펀드 중, 이후 4년 동안 계속 상위 50%를 지킨 펀드는 극소수였습니다. 심지어 대형주 펀드에서는 그 비율이 무작위로 찍었을 때보다도 낮았습니다. S&P는 여기에 대해 액티브 초과수익이 실력보다 운의 결과인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해 성적이 좋았다는 게 다음 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셋째, 버핏이 내기를 걸어서 이겼습니다. 2007년 워런 버핏이 헤지펀드 업계에 100만 달러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10년 동안 당신들이 고른 헤지펀드가 S&P500 인덱스펀드를 이길 수 있느냐.” 결과는 인덱스의 압승이었습니다.
넷째,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빠집니다. 제가 처음에 겪었던 그 일입니다. 시장은 이미 그 좋은 실적을 예상하고 미리 사뒀던 거죠.
출처: https://www.spglobal.com/spdji/en/research-insights/spiva/spiva-library/
4. 그럼 이거, 롱이 조금 유리한 홀짝게임 아닌가요?
여기서 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앞에서 본 ‘무작위보다 낮은 지속성’이 계속 걸렸습니다. 논리를 끝까지 밀어보면 이렇게 되거든요.
- 내가 아는 정보는 다들 안다
- 그러면 그 정보로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
- 실적을 분석해도, 전망을 예측해도, 미래가치를 계산해도 마찬가지다
- 그럼 뭘 근거로 사고파는 거지?
물론 주식이 완전한 홀짝은 아닙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왔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질문을 좀 더 정확하게 다듬으면 이렇게 됩니다.
“주식은 결국 롱이 조금 유리한 홀짝게임 아닌가?”
이러면 더 골치가 아파집니다. 어차피 방향은 정해져 있고 개별 판은 못 맞힌다면, 분석이라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거든요. 그냥 아무거나 사서 오래 들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한 걸음 더 나가면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개별 기업을 아무리 파고들어도, 결국 시장이 좋으면 같이 오르고 시장이 나쁘면 같이 빠지는 것 아닌가?
실제로 그렇습니다. 실적을 뜯어보고 사업보고서를 읽고 경쟁사까지 비교해놨는데, 금리 발언 한 마디나 지수 급락 한 번에 그동안 쌓은 게 통째로 쓸려나가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좋은 기업이라서 덜 빠지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그렇다면 제가 한 공부는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걸까요. 공부하는 시간이 그냥 자기위안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갔습니다.
솔직히 이 질문에 한동안 답을 못 했습니다.
5. 그런데 여기에 대한 반론이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이 논리에는 빠진 게 있었습니다. 여섯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1) ‘조금 유리한 게임’은 도박꾼이 아니라 카지노처럼 해야 합니다

롱이 조금 유리하다는 것까지 인정하고 나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조금 유리한 게임에서는 어떻게 이기는가?”
이 질문의 답은 카지노에 있습니다.
카지노는 개별 판을 못 맞힙니다. 다음에 어떤 숫자가 나올지 전혀 모르죠. 그런데도 확실히 법니다. 세 가지 때문입니다.
- 기댓값이 자기편입니다. 아주 살짝, 하지만 확실하게 유리합니다.
- 판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한 판의 운은 무의미해지고 확률만 남습니다.
- 한 판에 전 재산을 걸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대 파산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도박꾼은 어떨까요. 설령 기댓값이 자기편이어도, 한 판에 크게 걸다가 운 나쁜 몇 판에 파산합니다.
기댓값이 플러스여도 파산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그리고 끝난 사람에게는 장기 우상향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롱이 조금 유리하다”는 사실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그 유리함을 실제 수익으로 바꾸려면, 도박꾼이 아니라 카지노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 기댓값이 내 편인 자리에 선다 → 시장 전체를 산다
- 판을 계속 반복한다 → 한 번에 몰지 않고 적립식으로 산다
- 파산하지 않는 크기로 건다 → 현금을 남기고, 감당 못 할 레버리지를 피한다
여기서 개별 판을 맞히는 능력은 어디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못 맞히는 걸 전제로 설계된 방식이니까요.
그래서 결론도 달라집니다. 내가 종목을 못 고른다는 게 확실하다면, 답은 “투자를 그만두자”가 아니라 **”종목 고르기를 그만두자”**입니다. 시장 전체를 통째로 사면 종목 선택이라는 문제 자체가 사라지니까요. 효율적 시장 가설은 투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이론이 아니라 투자 방법을 좁혀주는 이론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인덱스펀드라는 상품 자체가 이 이론에서 나왔습니다.
앞에서 제가 억울해했던 것도 여기서 뒤집힙니다. “개별 기업을 아무리 파도 시장이 빠지면 같이 빠진다”는 것 말입니다. 개별 종목을 살 때는 그게 억울한 일이지만, 애초에 시장 전체를 사기로 했다면 그건 억울한 일이 아니라 그냥 전제가 됩니다. 어차피 시장을 따라갈 거라면, 처음부터 시장을 사면 되니까요.
(2) 단, 우상향은 ‘법칙’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게 있습니다. “어차피 우상향하니까 아무거나 사서 묻어두면 된다”는 건 위험한 결론입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1989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렸습니다. 그 시기에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니까 괜찮다”며 들어간 사람은, 평생을 기다려도 본전을 못 봤습니다. 우리 국내 증시도 오랜 기간 박스권이라는 말을 들어왔죠.
즉 우상향은 주식이라는 자산의 법칙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 갖춰진 시장에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돈을 잘 버는 곳으로 자본이 옮겨가고,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가 작동할 때요.
그래서 진짜 질문은 “롱이 유리한가”가 아니라 **”어느 판에 앉을 것인가”**입니다. 저는 그래서 미국 지수를 삽니다. 미국이 영원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 조건이 가장 잘 작동해온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3) ‘조금 유리한 것’이 시간을 만나면 ‘많이 유리한 것’이 됩니다
홀짝게임의 유리함은 반복해도 커지지 않습니다. 51:49로 유리하면 백 번을 해도 51:49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다릅니다. 복리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유리함이 벌어집니다.
연 8%라는 숫자는 하루로 쪼개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크기입니다. 그런데 30년을 두면 원금이 10배가 됩니다. 같은 “조금 유리함”인데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이 게임에서 중요한 변수는 **”몇 번 맞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입니다. 그리고 이건 실력이 아니라 태도의 영역입니다. 어쩌면 개인이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고요.
(4) 선반영되는 건 ‘숫자’가 아니라 ‘기대치’입니다

이걸 알고 나서 실적 발표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주가를 움직이는 건 실적이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좋으냐 나쁘냐입니다. 컨센서스가 기준선인 거죠. 매출이 30% 늘어도 시장이 40%를 기대했다면 주가는 빠집니다.
그래서 “실적 좋으니까 사야지”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문장이었습니다. 그건 이미 가격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실적 예측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읽는 일인데, 이건 개인이 하기 훨씬 어렵습니다.
(5) 정보는 같아도, ‘시간’은 같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관과 저는 같은 정보를 봅니다. 하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다릅니다. 펀드매니저는 분기마다 성과를 평가받습니다. 3년 뒤에 옳다고 판명될 판단이라도, 6개월 부진하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자리가 위태로워집니다. 그래서 옳다고 믿어도 못 버팁니다.
반면 저는 아무도 평가하지 않습니다. 5년이든 10년이든 그냥 들고 있으면 됩니다.
개인의 거의 유일한 우위가 이겁니다. 정보 우위가 아니라 “팔지 않아도 되는 자유”입니다. 그리고 이건 선반영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보는 복사되지만 인내심은 복사되지 않으니까요.
(6) 모두가 선반영을 믿으면, 선반영은 깨집니다
마지막은 좀 철학적인 이야기입니다.
주가에 정보가 반영되는 건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분석하고 사고팔았기 때문에 반영된 겁니다. 그런데 모두가 “어차피 선반영이니 분석은 무의미해”라고 믿고 아무도 분석하지 않으면, 정보가 가격에 들어갈 경로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럼 시장은 다시 비효율적이 되겠죠.
즉 시장이 효율적이려면, 누군가는 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믿고 계속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 역설이 있는 한, 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어딘가에는 늘 빈틈이 있습니다.
다만 솔직해집시다. 그 빈틈을 찾는 게 저일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6. 그럼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서도 앞에서 던진 질문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 내가 한 공부는 뭐였나.”
한참 생각하고 나서 알았습니다. 저는 공부의 목적 자체를 잘못 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가 남들보다 먼저 알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종목을 남들보다 빨리 찾고, 실적을 남들보다 정확히 맞히는 것. 그런데 그건 앞에서 본 것처럼 개인이 이기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그래서 허무했던 거죠.
공부의 진짜 쓸모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수가 30% 빠졌을 때 “이번엔 진짜 끝났다”는 글이 사방에 깔립니다. 그때 팔지 않으려면, 왜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왔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모르면 못 버팁니다.
유튜브에서 “이 종목 무조건 간다”고 할 때, 그 말이 왜 위험한지 알아야 합니다. 레버리지 ETF를 살 때 변동성 잠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빠져도 당황하지 않으려면, 오늘 이야기한 선반영을 알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공부는 수익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대신 손실을 막아주고, 버티게 해줍니다.
그리고 장기 투자에서는 이게 결정적입니다. 아는 사람은 폭락장에서 안 팔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팔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뒤 두 사람의 계좌 차이는 종목 선택이 아니라 **”그때 팔았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이긴다는 건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아니라, 끝까지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남아 있으려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흔들리지 않으려면 알아야 합니다.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것 자체가 수익률입니다. 공부는 그걸 위해 하는 겁니다.
7.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선반영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이건 패배 선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 투자 방식의 근거가 됐습니다.
중심은 지수입니다
타이밍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대신 규칙을 미리 정해두고 조건이 오면 기계적으로 삽니다.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죠. 제 자산의 중심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별주도 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수만 사고 있지 않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론을 들고 있고, 블로그에 분석글도 썼습니다. 앞에서 그렇게 “종목 못 고른다”고 해놓고 말이죠.
그래서 이 부분은 스스로에게 좀 엄격하게 정리해뒀습니다.
개별주를 산다는 게 뭘 뜻하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선반영이 사실이라면, 현재 주가에는 시장의 기대치가 이미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주식을 샀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이 회사는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설 것이다”에 돈을 건 겁니다. 즉 선반영을 알면서도 그 반대편에 선 거죠. 그게 근거 있는 확신일 수도 있고, 그냥 그 회사가 좋아 보인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후자가 섞여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규칙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내가 그 베팅을 한 근거가 깨지면, 그 자리에서 나온다.
첫째, 물타지 않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제가 산 이유는 “기대치를 넘어설 것”이었는데, 주가가 빠졌다는 건 시장이 제 판단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상황에서 더 사는 건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에 오히려 베팅 금액을 키우는 행동입니다. 지수는 물타기가 전략이 되지만(시장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개별 기업은 진짜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기준은 사기 전에 정합니다. 어느 선까지 빠지면 나올 것인지, 어떤 사실이 확인되면 판단이 틀린 것으로 볼 것인지를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적어둡니다. 산 다음에 정하면 그건 이미 기준이 아니라 변명이 됩니다.
셋째, 그 기준에 엄격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보자”가 시작되는 순간 기준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개별주에서는 손절이 실패가 아니라 애초에 계약 조건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는 이걸 못 지킨 적이 있습니다. 규칙 없이 들어갔던 DRAM 레버리지 ETF를 결국 감으로 손절했고, 마이크론도 룰이 아니라 불안 때문에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여기에 적어뒀습니다. 그래서 이 세 줄은 독자분들께 드리는 조언이 아니라 제 반성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겁니다
남들이 못 가진 걸 제가 가지고 있다면 그건 정보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지수는 그 시간을 견디는 자리에 두고, 개별주는 기준이 깨지면 정리하는 자리에 둡니다. 역할이 다른 겁니다.
마치며
선반영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을 때는 좀 허무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봐야 이미 늦었다는 얘기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 개념이 저를 편하게 해줍니다. 못 맞히는 게 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게임이라는 뜻이니까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 쓸데없는 조바심이 줄었습니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고, 시장에 오래 올라타 있는 것.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 같습니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이야기는 전부 **”시장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 위에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시장이 미쳐 돌아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요. 아무 근거 없이 몇 배씩 오르는 종목, 이유 없이 무너지는 지수, 나중에 보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가격들이요.
효율적 시장 가설이 맞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어납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정반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시장의 비이성, 그리고 광기에 대해서요. 오늘 글이 “시장은 다 알고 있다”였다면, 다음 글은 “그런데 시장도 가끔 미친다”가 되겠네요. 어쩌면 이 두 개를 다 알아야 균형이 잡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글은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