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 스퀴즈와 세 마녀의 날

지난 선물 및 옵션 편에서 콜과 풋이 뭔지, 옵션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편은 그 다음 질문입니다. 왜 아무 뉴스도 없는 날에 주가가 갑자기 튀는가. 커뮤니티에서 흔히 말하는 감마 스퀴즈가 뭔지, 그게 정말 주가를 움직이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의 결론은 “역시 다 세력 때문이었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다만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둘 만합니다.

1. 출발점 — 콜을 판 사람은 무한 손실입니다

3편의 손익 표를 딱 한 줄만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포지션최대 이익최대 손실
콜 매수이론상 무한프리미엄 전액
콜 매도프리미엄뿐이론상 무한

콜을 판 사람은,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무한히 손해를 봅니다.

그럼 그 미친 짓을 누가 할까요. 대부분은 옵션 마켓메이커(딜러) 입니다. 이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사자와 팔자 사이의 스프레드를 먹는 게 직업입니다. 방향 위험은 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헤지를 합니다. 콜을 팔았으면, 주가가 올랐을 때의 손실을 메우려고 그 주식을 미리 사둡니다.

이 헤지 매매가 이 글 전체의 주인공입니다.


2. 델타와 감마 — 그리스 문자 두 개만

  • 델타(Delta): 주가가 1달러 움직일 때 내 포지션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0~1 사이 값. 델타 0.3짜리 콜 1계약(=100주)을 팔았으면 딜러는 30주를 사서 중립을 맞춥니다.
  • 감마(Gamma): 그 델타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델타는 ‘속도’, 감마는 ‘가속도’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딜러가 헤지 물량을 계속 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 번 사두고 끝이 아닙니다. 주가가 움직이면 델타가 바뀌고, 델타가 바뀌면 사둬야 할 주식 수도 바뀝니다.

델타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델타를 움직이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행사가에서 얼마나 멀리 있느냐. 깊은 내가격이면 델타가 1에 붙습니다. 이미 주식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죠. 등가격이면 0.5 근처, 깊은 외가격이면 0에 가까워집니다.

둘째, 만기까지 얼마나 남았느냐. 여기가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만기가 다가오면 델타가 커진다”는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는 내가격이면 1로 밀려 올라가고, 외가격이면 0으로 밀려 내려갑니다. 커지는 게 아니라 양극화됩니다.

행사가 100달러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주가만기 60일 전30일 전7일 전1일 전
90달러 (외가격)0.300.200.030.00
100달러 (등가격)0.550.530.520.51
110달러 (내가격)0.760.820.961.00

만기가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행사가를 넘겼느냐 아니냐, 둘 중 하나로 확정되니까요.

그래서 만기일 근처가 위험합니다

위 그림에서 곡선의 기울기가 바로 감마입니다.

만기 60일 전(파란 선)은 완만한 S자입니다. 주가가 5달러 움직여도 델타는 조금씩만 변합니다.

그런데 만기 1일 전(빨간 선)은 거의 계단입니다. 주가가 행사가를 살짝만 넘어도 델타가 0에서 1로 튀어버립니다.

딜러 입장에서 이게 무슨 뜻이냐면 — 주가가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사둬야 할 주식 수가 갑자기 몇 배로 뛴다는 뜻입니다. 100주면 됐는데 갑자기 500주가 필요해집니다. 그리고 그 매수가 주가를 또 밀어올립니다.

감마 스퀴즈가 하필 만기일 근처, 행사가 근처에서 격렬한 이유가 이겁니다.

뒤에 나올 0DTE(당일 만기) 옵션이 왜 논란인지도 같은 얘기입니다. 만기가 몇 시간밖에 안 남은 옵션은 감마가 극단적으로 커져 있거든요.


3. 쏠림이 만드는 눈덩이 — 감마 스퀴즈와 감마 캐스케이드

이제 조립해보겠습니다.

콜 쏠림의 감마 스퀴즈 루프와 풋 쏠림의 감마 캐스케이드 루프 비교 다이어그램

왼쪽(콜 쏠림)부터 보겠습니다. 어떤 종목에 개인들이 같은 행사가의 단기 콜옵션을 우르르 사들이면,

  1. 딜러는 그 콜을 다 팔아줍니다. 주가가 오르면 딜러가 무한 손실입니다.
  2. 딜러는 헤지로 그 주식을 삽니다. 델타가 0.3이면 계약당 30주.
  3. 딜러의 헤지 매수 자체가 주가를 밀어올립니다.
  4. 주가가 행사가에 가까워지면 델타가 0.3 → 0.6으로 커집니다(감마).
  5. 딜러는 30주를 사야 합니다. → 3번으로 돌아갑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강제로 더 사야 하는 구조. 이게 감마 스퀴즈입니다.

여기엔 기업의 가치 판단이 한 톨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 회사가 좋아졌다고 생각해서 사는 게 아닙니다. 팔았기 때문에 사야만 하는 것뿐입니다.

오른쪽(풋 쏠림)은 같은 구조가 아래로 작동하는 것뿐입니다. 시장이 무서워지면 다들 보험(풋)을 사고, 딜러는 그걸 팔면서 주식을 미리 팝니다. 그 매도가 주가를 더 끌어내리고, 델타가 커져서 더 팔아야 합니다. 흔히 감마 캐스케이드라고 부르는데, 2018년 2월 볼마겟돈과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에서 하락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4. 숏 스퀴즈와의 합작 — 모더나 사례

여기에 공매도가 얹히면 유명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숏 스퀴즈감마 스퀴즈
강제 매수의 주체공매도 투자자옵션 딜러
이유손실 확대·마진콜로 상환 매수델타 중립 유지를 위한 헤지
멈추는 지점빌린 주식을 다 갚으면만기가 지나거나 델타가 1로 포화되면

둘은 서로를 먹여 살립니다. 감마 헤지가 주가를 올리면 → 공매도가 버티지 못하고 되사고 → 그 매수가 다시 주가를 올려 → 딜러가 또 사야 합니다.

시장의 광기 글에서 폭스바겐과 게임스탑을 다뤘었는데, 게임스탑이 정확히 이 합작품이었습니다.

3편에서 봤던 모더나도 이 요소가 섞여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19일 하루에 176.97%, 62.96달러에서 174.38달러.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그날 하루 모더나 공매도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5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출발점은 임상 결과라는 실체였습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다만 62달러에서 174달러까지 밀어올린 마지막 구간에는, 팔아야만 하는 사람들과 사야만 하는 딜러들이 상당 부분 섞여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5. 선물의 강제청산 — 계단이 절벽이 되는 순간

하락 쪽에는 하나가 더 붙습니다.

선물은 증거금만 걸고 들어가는 구조라, 증거금이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마진콜이 오고, 못 채우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시장가로 청산됩니다.

3편에서 ES 1계약이 명목 30만 달러라고 했죠. 증거금을 2만 달러 걸었다면 지수가 6~7%만 반대로 가도 증거금이 통째로 날아갑니다. 그 전에 청산이 들어오고, 그 청산 물량이 가격을 더 내리고, 그게 다음 사람의 청산을 부릅니다.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라, 팔아야만 해서 파는” 물량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겁니다.

이럴 때 차트는 계단이 아니라 절벽이 됩니다. 그래서 급락장에서 호가창이 텅 비고, 시장가 주문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체결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6. 세 마녀의 날 — 만기가 겹치면 본주가 흔들립니다

지금까지의 얘기가 1년에 네 번,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 있습니다.

세 마녀의 날(Triple Witching) 은 지수선물·지수옵션·개별주식옵션 세 가지가 같은 날 만기를 맞는 날입니다. 원래는 개별주식선물까지 더해 네 마녀의 날이라고 불렀는데, 3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미국 개별주식선물 거래소가 2020년에 문을 닫으면서 실질적으로는 다시 “세 마녀”가 됐습니다. 습관이 무서워서 지금도 두 이름이 섞여 쓰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네 마녀의 날입니다.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개별주식 선물·옵션까지 넷이 살아 있습니다.

미국한국
명칭세 마녀(네 마녀라 부르기도 함)네 마녀의 날
시기3·6·9·12월 셋째 주 금요일3·6·9·12월 둘째 주 목요일
2026년 남은 일정9/18, 12/189/10, 12/10

왜 하필 이날 본주가 흔들리는가

네 가지가 한 번에 겹치기 때문입니다.

첫째, 헤지 물량이 한꺼번에 풀립니다. 딜러가 옵션을 팔면서 사둔 주식은 그 옵션이 사라지는 순간 필요가 없어집니다. 수십만 건의 계약에 물려 있던 헤지 주식이 동시에 정리됩니다.

둘째, 롤오버 물량이 쏟아집니다. 선물 포지션을 유지하려면 만기 계약을 팔고 다음 분기 계약을 사야 합니다. 이 매매가 현물 시장의 차익거래 물량까지 끌고 옵니다.

셋째, 행사가 근처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집니다. 콜을 산 쪽은 주가가 행사가 위로 가야 하고, 판 쪽은 그 아래에서 끝나야 이득입니다. 흔히 맥스페인(Max Pain) 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이건 반쯤 미신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가격대에서 거래가 폭증하는 건 사실입니다.

넷째, 지수 리밸런싱이 자주 겹칩니다. 인덱스 펀드는 그날 종가로 사고팔아야 하므로 장 마감 직전 몇 분에 어마어마한 물량이 몰립니다.

제가 이날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날의 종가는 기업 가치가 아니라 서류 정리의 결과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7. 그런데, 정말 옵션이 시장을 흔드는 걸까요

여기까지 쓰고 나면 “역시 다 세력 때문이었다”는 결론으로 가기 쉽습니다. 저는 그게 좀 걸립니다.

SPX 옵션 거래량 중 당일 만기 0DTE 비중 추이

옵션 시장이 커진 건 분명합니다. Cboe 자료에 따르면 SPX 옵션에서 당일 만기(0DTE) 비중은 2016년 5% 수준에서 40~50%까지 올라왔습니다. 하루짜리 도박 같은 거래가 지수 옵션 거래의 절반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Cboe의 연구는 다른 결론도 내놨습니다. 마켓메이커의 평균 순감마 노출은 S&P 선물 일일 유동성의 0.04~0.17% 수준이고, SPX의 장중 변동성 패턴은 역사적 평균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딜러들은 콜도 팔고 풋도 사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보면 상당 부분이 서로 상쇄됩니다.

정리하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지수 전체에서 옵션이 방향을 만든다는 설명은 과장일 때가 많습니다.
  • 다만 유동성이 얇은 개별 종목, 미결제약정이 특정 행사가에 몰린 종목, 만기일 근처에서는 실제로 크게 증폭됩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급등락이 끝난 다음에 붙는 설명은 대체로 사후 서사입니다. “감마 때문”이라는 말은 이미 오른 걸 설명할 때만 등장합니다.

선반영 글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저는 이유를 아는 것과 맞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8. 그래서 개미인 저는 뭘 하기로 했나

제가 내린 결론은 시시합니다.

첫째, 옵션은 안 삽니다. 방향뿐 아니라 시점까지 맞혀야 하고, 가만히 있어도 시간가치가 녹습니다. 방향을 맞히고도 잃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둘째, 옵션 매도와 선물은 더더욱 안 합니다. 프리미엄 몇 푼 먹자고 무한 손실을 여는 구조, 내 의사와 무관하게 청산당할 수 있는 구조는 제 성격에 안 맞습니다. 평소엔 잘 되다가 딱 한 번에 계좌가 사라지는 유형입니다.

셋째, 만기일 근처의 이상한 움직임은 그냥 소음으로 봅니다. 특히 세 마녀의 날 장 막판은 아예 안 보려고 합니다.

넷째, 급등에는 올라타지 않습니다. 스퀴즈로 오른 가격은 강제 매수가 끝나는 순간 되돌아옵니다. 오를 때 무섭게 오르는 종목은 내릴 때 더 무섭게 내립니다.

다섯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 강제로 팔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연쇄청산에서 손해 보는 사람은 예측을 틀린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레버리지 비중과 현금을 규칙으로 관리합니다. VR 회복 잠금 규칙도 결국은 “흔들릴 때 내 손을 묶어두는” 장치입니다.

마치며

옵션을 판 쪽은 방향 위험을 지지 않으려고 기초자산을 사고팝니다. 그 헤지 매매가 한쪽으로 쏠리면, 아무 뉴스 없이도 가격이 스스로를 밀어올리거나 끌어내립니다. 여기에 선물의 강제청산과 만기일이 겹치면 계단이 절벽이 됩니다.

다만 이 설명이 모든 급등락의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날은 그냥 평범하게 오르고 내립니다. 저는 이걸 “세력의 지도”가 아니라 “가끔 시장이 미치는 이유 중 하나” 정도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두 편을 쓰면서 얻은 실전적인 교훈은 하나뿐입니다. 시장이 미쳤을 때 살아남는 쪽은, 미친 걸 맞힌 사람이 아니라 팔지 않아도 됐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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