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하루에 몇 퍼센트씩 튀는 날이 있습니다.
실적도 없고, 금리 발표도 없고, 딱히 뉴스도 없는데 장중에 갑자기 훅 올라갔다가 훅 내려옵니다. 그럴 때 커뮤니티를 보면 꼭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오늘 옵션 만기라서 그래요.” “숏스퀴즈 났대요.” “감마 때문이래요.”
저는 옵션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할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옵션을 안 해도, 옵션을 하는 사람들이 제 계좌를 흔듭니다. 그게 불편해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1편 주식 이해하기, 2편 보조지표 이해하기에 이어지는 세 번째 기초 글입니다. 분량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 이번 편은 선물과 옵션이 뭔지, 콜옵션과 풋옵션이 어떻게 다르고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 다음 편에서 그게 왜 급등락을 만드는지를 다루겠습니다.
솔직히 어렵습니다.
“파생상품은 대량살상무기입니다.”
— 워런 버핏, 200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버핏도 파생상품을 씁니다. 무서운 건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 선물은 ‘약속’, 옵션은 ‘권리’
이 둘부터 구분하고 가야 합니다.
선물(Futures)은 약속입니다. “3개월 뒤에 이 물건을 100달러에 사고팔겠다”는 계약이고, 만기가 오면 무조건 이행해야 합니다. 물릴 수 없습니다.
옵션(Option)은 권리입니다. “3개월 뒤에 10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겁니다. 유리하면 행사하고, 불리하면 그냥 안 하면 됩니다. 대신 권리를 살 때 낸 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전세 계약금이랑 비슷합니다. 계약금 걸어두고, 나중에 그 집이 마음에 들면 계약을 진행하고, 아니면 계약금만 날리고 접는 거죠. 그 계약금이 옵션에서는 프리미엄입니다.

2. 대표적인 주식 선물 — 사실 우리는 매일 보고 있습니다
“미국 선물이 빠지고 있다”는 말, 익숙하실 겁니다. 그 선물이 바로 지수선물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닫혀 있는 새벽에도 CME에서 지수선물은 일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거의 24시간 돌아갑니다. 그래서 한국 시간 아침에 “미국 선물”을 보면 오늘 밤 미국장 분위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겁니다.
| 상품 | 티커 | 기초자산 | 계약 승수 |
|---|---|---|---|
| E-mini S&P 500 | ES | S&P 500 | 지수 × $50 |
| Micro E-mini S&P 500 | MES | S&P 500 | 지수 × $5 |
| E-mini Nasdaq-100 | NQ | 나스닥100 | 지수 × $20 |
| Micro E-mini Nasdaq-100 | MNQ | 나스닥100 | 지수 × $2 |
| E-mini Dow | YM | 다우존스 | 지수 × $5 |
| E-mini Russell 2000 | RTY | 러셀2000 | 지수 × $50 |
| VIX 선물 | VX | 변동성지수 | 지수 × $1,000 |
| 코스피200 선물 | — | 코스피200 | 지수 × 25만원 |
승수의 의미를 감으로 잡아보겠습니다. S&P500이 6,000이라면 ES 1계약의 명목 규모는 6,000 × $50 = 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억이 넘습니다. 그런데 증거금은 그 몇 퍼센트만 걸면 됩니다. 지수가 1% 움직이면 3,000달러가 왔다 갔다 합니다.
이래서 마이크로(Micro) 계약이 나왔습니다. 1/10 크기라 개인도 접근은 가능합니다. 다만 크기가 작아졌을 뿐, 구조 자체는 똑같이 위험합니다.
선물은 매일 정산합니다 — 그래서 빚이 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걸 짚고 가야 합니다. 선물에 거는 돈은 계약금이 아니라 증거금(담보) 입니다. 그리고 선물은 만기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상품이 아닙니다. 매일 정산합니다.
주식은 물려 있어도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평가손실일 뿐이죠. 그런데 선물은 그날의 손익이 매일 실제로 계좌에서 빠져나가고 들어옵니다. 이걸 일일정산(Mark to Market)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증거금이 계속 줄어듭니다. 여기에 문턱이 두 개 있습니다.
| 구분 | 뜻 |
|---|---|
| 개시증거금 | 포지션을 새로 열 때 필요한 금액. 계약 명목가의 대략 2~12% |
| 유지증거금 | 포지션을 유지하려면 계좌에 남아 있어야 하는 최소 금액 |
| 마진콜 | 유지증거금 아래로 내려가면 발생. 개시증거금 수준까지 채워 넣어야 함 |
| 강제청산 | 못 채우면 증권사가 시장가로 반대매매 |
그리고 “만기까지 무조건 행사해야 한다”는 부담은 실무적으로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만기 전에 반대매매로 청산하고, 지수선물은 애초에 현금정산이라 지수를 실물로 받아올 일도 없습니다.
그럼 증권사가 알아서 청산해주나요
해줍니다. 다만 그건 고객을 위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증권사 자기 자신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강제청산이 원하는 가격에 나가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청산은 시장가로 나갑니다. 그런데 하필 그런 날은 갭이 벌어지고, 서킷브레이커가 걸리고, 호가창이 비어 있습니다. 증거금 선을 뚫고 한참 아래에서 체결되면, 그 차액은 그대로 빚으로 남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2020년 4월 20일, WTI 원유선물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37.63달러를 찍었습니다. 원유를 사면 돈을 얹어준다는 뜻이죠. 롱 포지션을 들고 있던 사람들의 계좌는 0을 지나 마이너스로 내려갔습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한 곳에서만 1억 4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 케이스는 증권사 시스템이 마이너스 가격 자체를 처리하지 못한 사고여서 회사가 손실을 떠안고 고객에게 보상했고, 이후 CFTC로부터 175만 달러 제재를 받았습니다. 즉 증권사가 인심을 쓴 게 아니라 증권사 잘못이었던 특수한 경우입니다. 원칙적으로 초과손실은 고객 책임입니다.
이게 옵션 매수와 선물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 옵션 매수 | 선물 | |
|---|---|---|
| 최대 손실 | 프리미엄으로 잠겨 있음 | 상한 없음 |
| 추가 입금 요구 | 없음 | 마진콜 |
| 계좌가 마이너스 될 수 있나 | 안 됨 | 될 수 있음 |
옵션을 산 사람은 아무리 최악이어도 낸 돈까지만 잃습니다. 선물은 그 바닥이 없습니다. 제가 선물을 안 하는 이유가 이 표 한 장입니다.
참고로 개별 종목 하나만 놓고 거래하는 개별주식선물은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유일하게 거래하던 OneChicago 거래소가 2020년 9월에 문을 닫았거든요. 이게 다음 편의 “세 마녀”와 “네 마녀” 얘기로 이어집니다.
3. 콜옵션과 풋옵션 — 살 권리, 팔 권리
옵션은 딱 두 종류입니다.
- 콜(Call) 옵션 = 정해진 가격에 살 권리. 주가가 오르면 이득.
- 풋(Put) 옵션 = 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 주가가 내리면 이득.
여기에 용어 세 개만 더 붙이면 됩니다.
| 용어 | 뜻 |
|---|---|
| 행사가(Strike) | 사거나 팔기로 미리 정해둔 가격 |
| 만기(Expiry) | 이 권리가 사라지는 날짜 |
| 프리미엄(Premium) | 그 권리를 사는 데 지불하는 값 |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현재 주가가 100달러인 종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 달 뒤 만기, 행사가 110달러짜리 콜옵션의 프리미엄이 2달러입니다. 미국 옵션은 1계약이 100주 단위라, 1계약을 사려면 200달러가 듭니다.
| 만기 시점 주가 | 권리 행사 여부 | 손익(1계약, 200달러 투자) |
|---|---|---|
| 90달러 | 안 함 (시장에서 90에 사면 되니까) | -200달러 (전액 손실) |
| 110달러 | 안 해도 그만 | -200달러 |
| 112달러 | 행사 (110에 사서 112에 팔면 +2) | 0달러 (본전) |
| 120달러 | 행사 | +800달러 |
| 150달러 | 행사 | +3,800달러 |
주가는 100 → 120으로 20% 올랐는데, 옵션은 200달러가 1,000달러가 됐습니다. 400% 수익입니다.
이게 옵션의 정체입니다. 적은 돈으로 큰 방향에 베팅하는 도구. 레버리지 ETF 글에서 2배·3배가 1배의 화끈한 버전이 아니라고 썼었는데, 옵션은 그것보다 한참 더 나갑니다.
내가격·외가격 — 이 말부터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표현이라 여기서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 내가격(ITM) | 등가격(ATM) | 외가격(OTM) | |
|---|---|---|---|
| 콜옵션 | 행사가 < 주가 | 행사가 ≈ 주가 | 행사가 > 주가 |
| 풋옵션 | 행사가 > 주가 | 행사가 ≈ 주가 | 행사가 < 주가 |
| 지금 행사하면 | 이득 | 본전 | 손해 (안 함) |
내가격은 “지금 행사해도 이득인 상태” 라고 외우시면 됩니다. 콜은 싸게 살 권리니까 행사가가 주가보다 낮아야 이득이고, 풋은 비싸게 팔 권리니까 행사가가 주가보다 높아야 이득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아주 벌어져 있으면 깊은 내가격(Deep ITM) 이라고 부릅니다. 주가가 174달러인데 행사가가 70달러인 콜, 이런 게 깊은 내가격입니다. 이 상태가 뒤에서 중요해집니다.
4. 네 가지 포지션을 그림 하나로
옵션은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파는 쪽의 손익 구조는 정확히 뒤집혀 있습니다.

| 포지션 | 이익이 나는 상황 | 최대 이익 | 최대 손실 |
|---|---|---|---|
| 콜 매수 | 주가 급등 | 이론상 무한 | 프리미엄 전액 |
| 콜 매도 | 횡보·하락 | 프리미엄뿐 | 이론상 무한 |
| 풋 매수 | 주가 급락 | (행사가 − 프리미엄) | 프리미엄 전액 |
| 풋 매도 | 횡보·상승 | 프리미엄뿐 | (행사가 − 프리미엄) |
풋 매수의 최대 이익이 “행사가까지”인 이유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위 그림 왼쪽 아래를 보시면, 그래프가 왼쪽 끝에서 딱 잘려 있습니다.
주가는 아무리 떨어져도 0 아래로는 안 가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100달러짜리 풋을 5달러에 샀다면, 그 회사가 완전히 망해서 주가가 0이 됐을 때 100달러에 팔 권리를 행사해 100달러를 받습니다. 프리미엄 5달러를 빼면 주당 95달러, 1계약이면 9,500달러가 최대 이익입니다.
100달러짜리가 0이 되는 급락을 전부 먹는 건 맞지만, 그 이상은 없습니다. 콜 매수는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어서 이익에 천장이 없는데, 풋 매수는 바닥이 0으로 정해져 있어서 이익도 거기서 멈춥니다. 콜과 풋은 거울상처럼 보여도 완전한 대칭은 아닙니다.
그리고 표에서 진짜 무서운 줄은 이겁니다.
콜을 판 사람은,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무한히 손해를 봅니다.
이 한 줄이 다음 편의 출발점입니다. 일단 기억만 해두시면 됩니다.
5. 옵션 가격은 두 덩어리입니다 — 내재가치 + 시간가치
여기가 제일 많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저도 여기서 한 번 틀렸습니다.
옵션 가격 = 내재가치 + 시간가치
- 내재가치: 지금 당장 행사하면 얻는 이익. 주가 174달러, 행사가 70달러 콜이면 104달러.
- 시간가치: 만기까지 더 유리해질 가능성의 값.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에 붙는 값입니다.

오른쪽 그림을 보시면 시간가치가 산 모양입니다. 행사가가 현재 주가 근처일 때 가장 두껍고, 멀어질수록 얇아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결정될 게 얼마나 남았느냐의 문제거든요. 주가가 174달러인데 행사가가 70달러라면, 이건 사실상 주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뒤집힐 일이 거의 없으니 가능성에 붙일 값이 없습니다. 깊은 내가격 옵션의 시간가치는 0.27달러밖에 안 됩니다. 반대로 행사가 170달러짜리는 오를지 내릴지 아직 모르니, 시간가치가 21달러나 붙습니다.
그럼 만기 직전에 사면 손해 아닌가요
아닙니다. 만기 직전에 사면 시간가치를 안 냅니다. 즉 싸게 사는 겁니다.

같은 행사가 70달러 콜인데, 만기가 30일 남았을 때는 2.58달러이고 3일 남았을 때는 0.08달러입니다. 30분의 1 가격입니다.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그만큼 안 내는 겁니다.
대신 뭘 포기하냐면, 시간을 포기합니다. 30일짜리는 한 달 안에 아무 날에나 사건이 터지면 되지만, 3일짜리는 3일 안에 터져야 합니다. 하루만 어긋나도 0.08달러는 그냥 0이 됩니다.
싸게 사는 대신 확률을 포기하는 것. 공짜 점심이 아니라 교환비가 다를 뿐입니다. 시간가치는 매수자에게 물리는 벌금이 아니라 확률에 붙은 가격표입니다.
손익 그래프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같은 얘기를 손익 그래프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검은 선은 만기 시점의 손익입니다. 만기에는 시간가치가 0이라 꺾인 직선이 됩니다. 보라색 곡선은 지금(만기 30일 전) 팔면 받는 돈입니다.
보라색 곡선은 항상 검은 선보다 위에 있습니다. 그 간격이 시간가치입니다. 그리고 그 간격이 행사가 근처에서 제일 두껍고(계약당 약 966달러), 깊은 내가격으로 갈수록 얇아져서 결국 두 선이 붙습니다(약 27달러).
이 그림 하나로 뒤에 나올 얘기가 거의 다 설명됩니다. 왜 대부분 행사하지 않고 되파는지, 왜 배당 조기행사가 하필 깊은 내가격 콜에서만 일어나는지 전부 이 간격의 문제입니다.
6. 권리는 언제 행사하나 — 그리고 왜 아무도 안 하나
만기 이전에도 행사할 수 있느냐. 상품에 따라 다릅니다.
| 유형 | 언제 행사 가능 | 해당 상품 |
|---|---|---|
| 미국형(American) | 만기일까지 아무 때나 | 미국 개별 종목 옵션, 대부분의 ETF 옵션 |
| 유럽형(European) | 만기일에만 | S&P500 지수옵션(SPX), 코스피200 옵션 |
그런데 실제로는 거의 아무도 행사하지 않습니다. 5번을 읽으셨으면 이유가 보이실 겁니다. 행사하면 내재가치만 챙기고 남은 시간가치는 버리는 셈이거든요. 그냥 되파는 게 이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권리를 행사하려고 옵션을 사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 자체를 사고팝니다. 2달러에 사서 4달러에 파는 것, 그게 옵션 거래의 실제 모습입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옵션의 70% 이상은 행사되지 않고 시장에서 청산됩니다.
권리는 명분이고, 실제로 오가는 건 프리미엄입니다.
만기가 지나면 정말 휴지조각인가
여기도 오해가 있습니다. 내가격 옵션은 만기에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국은 OCC가 0.01달러라도 내가격이면 자동으로 행사해줍니다. 이걸 예외행사(Exercise by Exception)라고 합니다. 휴지조각이 되는 건 행사가를 못 넘긴 외가격 옵션뿐입니다.
문제는 자동행사가 오히려 사고가 된다는 점입니다. 금요일 만기에 자동행사되면 월요일에 주식이 계좌에 들어오는데, 매수 대금이 없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버립니다. 그 사이 주말 갭이 얼마나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7. 그럼 마지막에 산 사람이 다 뒤집어쓰는 건가
이 글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오래 헷갈렸던 부분입니다.
70%가 만기 전에 청산된다면, 결국 마지막에 산 사람이 물리는 폭탄 돌리기 아닌가?
아닙니다. 여기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옵션은 정해진 수량이 도는 물건이 아닙니다.

주식은 발행주식 수가 정해져 있어서 누군가 팔면 반드시 누군가 삽니다. 그런데 옵션은 내가 사고 딜러가 파는 순간 계약이 새로 생성되고(미결제약정 +1), 내가 되팔고 딜러가 되사는 순간 그 계약은 소멸합니다(미결제약정 −1). 둘이 서로 상계되면서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그러니 “70%가 청산된다”는 건 떠넘겼다가 아니라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넘겨받을 마지막 사람이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그럼 나머지 30~40%의 무가치 소멸은요? 그건 진짜로 100% 손실 맞습니다. 다만 그건 만기에 외가격으로 끝난 옵션이고, 살 때부터 그럴 가능성을 알고 산 겁니다. 내가격으로 끝나면 자동행사되니 휴지가 되지 않고요.
그리고 그 잃은 프리미엄은 어디로 가느냐. 정확히 판 사람의 이익이 됩니다.
그래서 옵션은 제로섬입니다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구조적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은 회사가 돈을 벌면 주주 전체가 같이 이길 수 있습니다. 파이 자체가 커지니까요. 그런데 옵션은 한쪽이 번 만큼 반대쪽이 정확히 잃습니다. 파이가 커지지 않습니다. 수수료와 스프레드까지 빼면 참가자 전체로는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지수를 사서 오래 들고 기다리는 전략이 옵션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라, 시간가치가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매수자가 무조건 불리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 매도자: 자주 조금 벌고, 가끔 크게 잃습니다.
- 매수자: 자주 조금 잃고, 가끔 크게 법니다.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의 관계와 같습니다. 보험사는 매달 보험료를 걷어가지만, 사고가 한 번 터지면 그동안 걷은 걸 다 토해냅니다. 승률은 매도자가 높고, 한 방은 매수자에게 있습니다. 다음 섹션이 그 ‘한 방’에 대한 얘기입니다.
8. 실전 사례 — 모더나 177%, 행사할까 팔까
마침 딱 좋은 사례가 며칠 전에 나왔습니다.
2026년 8월 19일, 모더나(MRNA)가 하루에 176.97% 올랐습니다. 62.96달러에서 174.38달러가 됐습니다. 머크와 함께 개발한 개인 맞춤형 암백신이 흑색종 3상에서 키트루다 단독 투여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했다는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거래량은 평소의 19배였습니다.

전날 행사가 70달러, 만기 한 달짜리 콜을 프리미엄 2달러에 1계약(200달러) 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하루 만에 약 52배가 됐습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만기까지 기다리다 떨어지느니 지금 행사해서 확정하는 게 낫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이 그림이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천천히 보시면 좋겠습니다.
왼쪽 그림을 먼저 보겠습니다. 행사가 70달러 위쪽에서는 파란 점선(옵션 보유)과 주황 실선(행사 후 주식)이 한 줄처럼 완전히 겹칩니다. 즉 행사해도 하락은 똑같이 맞습니다. 행사는 가격을 고정시켜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여기서 델타라는 말이 나옵니다. 델타 1이라는 건 “주가가 1달러 내리면 내 손익도 1달러 내린다” 는 뜻입니다. 하락률을 100%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이지, 100% 손실이 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만기 시점 기준입니다. 만기에는 옵션에 시간가치가 남아 있지 않아서, 행사한 것과 수학적으로 정확히 같아집니다. 그래서 두 선이 딱 겹치는 겁니다.
그럼 만기 전 기준으로는 어떨까요. 5절의 그림을 떠올려보시면 만기 전 옵션은 항상 만기선보다 조금 위에 있었습니다. 그 차이가 시간가치죠. 그런데 지금 모더나는 174달러이고 행사가는 70달러 — 깊은 내가격입니다. 이 구간의 시간가치는 계약당 27달러뿐이라, 만기 전 기준으로 봐도 두 선은 사실상 겹칩니다.
만약 주가가 행사가 근처였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그때는 시간가치가 계약당 966달러나 붙어 있어서, 행사하는 순간 그 966달러를 통째로 버리게 됩니다. 행사가에 가까울수록 행사는 더 나쁜 선택이 됩니다. 이 글의 사례가 하필 깊은 내가격이라 손해가 27달러로 작아 보이는 것뿐입니다.
진짜 차이는 행사가 아래에서 갈립니다. 왼쪽 그림에서는 이 차이가 너무 작아 보여서, 오른쪽에 그 구간만 확대해뒀습니다.
파란 점선(옵션)은 -200달러에서 멈춥니다. 낸 프리미엄이 전부니까요. 그런데 주황 실선(주식)은 바닥이 없습니다. 주가가 0이 되면 -7,200달러입니다. 70달러에 100주를 사느라 7,000달러를 냈으니까요. 오른쪽 그림에서 두 선 사이의 빨간 면적, 그게 행사의 대가입니다.
정리하면 행사는 하락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 바닥에 깔려 있던 안전장치를 떼어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행사하려면 진짜 현금이 필요합니다. 200달러 넣고 시작했는데 주식 100주를 받으려면 7,000달러를 내야 합니다. 10계약이었으면 7만 달러입니다.
| 행사 | 매도 | |
|---|---|---|
| 필요한 현금 | 7,000달러 | 0원 |
| 하락 방어 | 없음 (주식이 됨) | 즉시 현금화 → 위험 0 |
| 손에 쥐는 것 | 내재가치만 | 내재가치 + 남은 시간가치 |
하락이 걱정될 때의 정답은 행사가 아니라 그냥 파는 것입니다. 초록 실선처럼요.
그럼 행사가 나은 경우는 없나
딱 하나 있습니다. 배당락 직전의 깊은 내가격 콜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5번의 시간가치 그림으로 설명이 됩니다. 깊은 내가격이면 버릴 시간가치가 0.27달러밖에 안 되니까, 받을 배당금이 그보다 크면 행사가 이득인 겁니다. 반대로 얕은 내가격이었으면 시간가치가 20달러씩 붙어 있어서 절대 행사하지 않습니다.
일반인도 옵션을 행사할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가 있습니다.
미국 옵션은 국내 증권사 중 해외옵션을 취급하는 곳에서 해외파생상품 계좌를 따로 열어야 합니다. 일반 해외주식 계좌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합니다. 증권사 안내 기준으로 신규 거래자는 1시간 이상, 65세 이상이거나 투자경험이 부족한 경우는 10시간 이상까지 요구됩니다.
행사는 HTS/MTS의 권리행사 신청 메뉴나 고객센터를 통해 하는데, 증권사마다 마감 시각이 다릅니다. 미국 규정상 마감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잘리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확인해두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행사는 할 수 있지만, 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물은 이행해야 하는 약속이고, 옵션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콜은 살 권리, 풋은 팔 권리이고, 우리가 실제로 사고파는 건 권리 그 자체가 아니라 프리미엄이라는 가격표입니다.
그 가격표는 내재가치와 시간가치로 되어 있고, 시간가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붙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가치는 매일 조금씩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옵션은 파이가 커지지 않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게,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얻은 관점이었습니다.
저는 옵션을 하지 않습니다. 방향뿐 아니라 시점까지 맞혀야 하고, 가만히 있어도 시간가치가 녹습니다. 방향을 맞히고도 잃을 수 있는 상품이거든요. 다만 구조를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안 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옵션들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왜 멀쩡한 주가가 갑자기 급등락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감마 스퀴즈, 숏 스퀴즈, 세 마녀의 날 같은 것들입니다. 오늘 나온 모더나가 거기서 한 번 더 등장합니다.